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만든 '삼평리 평화공원'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한국전력이 "불법시설"이라며 "철거"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평화의 상징"이라며 "철거할 수 없다"고 맞섰다.
'한국전력대구경북건설지사'는 청도 각북면 삼평리에 세워진 평화공원이 "당사의 승인없이 무단으로 설치된 불법시설물"이라며 "자진철거"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 공동대표와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등 모두 8명에게 보냈다.
내용증명을 보면 "우리회사에서 시공중인 345kV 북경남 제1분기 송전선로 건설공사와 관련해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432-2번지는 당사가 농지 일시사용 허가를 얻어 사용중인 부지"라며 "당사 승인없이 무단으로 설치한 시설물을 1일까지 자진철거하라. 미철거시에는 임의철거할 예정"이라고 나와있다. 송전탑 건설을 위해 한전이 사용중인 땅이니 평화공원에 있는 모든 시설물을 철거하라는 것이다.
평화공원은 청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송전탑 건설로 빚어진 폭력과 주민갈등을 풀고 삼평리 평화를 염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삼평리에 들어설 3기의 송전탑 중 마지막 1기인 23호 예정지 앞 농지에 만들었다.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위해 농지 일시사용 허가를 얻은 곳이다.
공원이 들어선 이후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송전탑 공사 중단'을 기원하며 공원에 허수아비와 시구, 만장, 장승, 그림, 플래카드, 콘테이너 등을 설치했다. 특히 지난달 1일에는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평리의 평화를 기원하는 대동장승굿 '사람이 하늘이다'를 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청도 345kV 송전탑 반대 공동대책위'는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평화공원에는 허수아비와 평화 메시지가 담긴 만장밖에 없다. 불법시설물은 없다"면서 "한전과 국가폭력의 어두운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만든 평화공원을 자진철거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오히려 삼평리의 유일한 불법시설물은 송전탑뿐"이라며 ▶송전탑 철거 ▶공사계획 중단 ▶지중화 공사를 촉구했다.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평화공원은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평화의 상징으로 어떤 불법성도 없다"며 "삼평리 주민 할머니들이 한전과 싸워 마지막으로 공사를 막은 장소기 때문에 다시는 이 같은 폭력이 없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장승이나 허수아비 등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것이 불법이면 한전이 세운 송전탑도 마찬가지다. 절대 평화공원을 철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태호 한전 대경건설지사 차장은 "한전이 합법적으로 승인받은 구역에 허가 없이 설치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1일까지 자진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모르는 시점에서 충돌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시설물을 자진철거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설치한 게 아니니 스스로 치워달라. 그렇지 않으면 공사재개 시점에서는 강제철거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06년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는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도시로 송전하기 위해 경남과 경북에 각각 765kV, 345kV 전압 송전 16km 선로 연결 공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삼평리에 22-24호기, 덕촌리에 25호기 등 모두 18개 철탑을 청도군 각북면에 건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전은 사업계획 발표 후 주민 10여명 의견만 수렴했으며, 이장과 면장 등 공무원들은 이 사실을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 삼평1리 전 이장은 주민의견서도 위조해 제출했다. 주민들은 2011년 이장 등 7명을 대구지법에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고의성이 없다"며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한전은 또 2010년에는 주민 동의 없이 24호기 건설 부지를 변경했다. 그 결과 고압 송전선로가 주택과 농지를 가로지르게 됐다. 때문에 주민들은 "선로 변경"과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 왔다. 삼평리에는 60대 이상 노령층이 대부분으로 현재도 할머니 20여명이 반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22-24호기는 완공됐고 민가와 가까운 23호기는 주민 반대로 1년 6개월째 공사가 중단됐다.
때문에 한전은 지난해 주민 17명과 시민단체 활동가 6명 등 모두 23명을 상대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달 "공사 차량, 중기, 인부 등의 교통로를 막는 것과 철탑부지 또는 진입로, 작업장에 출입하는 것 모두 공사방해행위"라며 "공사 방해 행위시 1명당 1일 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주민들과 대책위는 "부당한 판결"이라며 "공사를 계속 막을 것"이라고 했다.
평화의소리=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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