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가 동물원 사육사 사망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징계를 받은 박원우 삼성노동조합(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위원장에 대해 법원이 '부당 징계'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는 박원우 위원장과 삼성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 감금 및 부당 노동 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삼성노동조합은 에버랜드 사육사였던 고(故) 김주경 씨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2012년 2월 24일 "삼성에버랜드가 사망 사건의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성명을 냈고, 에버랜드 측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회사의 명예를 오손했다"는 이유로 박 위원장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앞서 에버랜드 사육사였던 고 김주경(25) 씨는 일하던 도중 고열과 복통으로 조퇴를 한 뒤, 2012년 1월 패혈증으로 갑자기 숨졌다. 당시 프레시안 기자가 김 씨의 빈소에 찾아가 유족과 인터뷰를 했으나, 삼성에버랜드 인사팀 직원이 인터뷰하는 방으로 들어가려 했고 이를 막아서는 노조 간부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 관련 기사 : 삼성 에버랜드 25살 사육사는 왜 갑자기 죽었을까?)
인터뷰를 마친 유족이 밖으로 나가자 인사팀 직원은 유족을 따라 나갔으며, 일부 직원은 취재를 마친 프레시안 기자의 얼굴을 동의 없이 촬영했다. 이후에도 인사팀 직원들은 김 씨의 유족이 회사 직원들과 통화한 내용과 기자를 만났는지 여부까지 동태를 파악했다. (☞ 관련 기사 : 삼성 에버랜드, 사망한 사육사 유족까지 '동태 파악' 문건, 에버랜드 사육사 사망 사건에 대한 삼성의 입장)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을 열거하며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해 삼성에버랜드와 유족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에버랜드는 유족들이 고인의 지인과 통화하는 내용을 수집하거나 유족들이 노조나 사망 사건을 취재하려는 기자와 접촉하는 것을 감시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에버랜드의 대응 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고인의 사망 원인을 은폐, 왜곡하려고 한다'는 의혹 제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삼성에버랜드의 명예를 오손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징계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밖에도 재판부는 삼성노동조합이 노동조합 설립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한 것을 막은 삼성에버랜드의 행위를 '부당 노동 행위'로 판단했다. 삼성에버랜드가 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불법을 행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2011년 9월 박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와 삼성전자 백혈병 유족인 정애정 씨 등 7명은 직원 기숙사 근처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에 삼성에버랜드는 "회사의 허가 없이 사내에서 유인물을 배포하고, 외부인과 합세해 단체행동으로 직장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이유로 다음해 6월 박 위원장을 징계했다.
재판부는 "박 위원장의 유인물 배포 행위가 노동조합 활동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삼성에버랜드 측은 상당수의 직원을 동원해 유인물 배포를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제지했다"며 "유인물 배포를 이유로 박 위원장을 징계 처분한 것은 부당 노동 행위"라고 판결했다.
회사의 징계에 불복한 박 위원장은 2012년 9월부터 '부당 감급 및 부당 노동 행위 구제'를 요청하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양 기관 모두로부터 기각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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