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이집트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군부 최고 실세 압델 파타 엘시시(60) 국방장관이 올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엘시시 장관은 26일(현지시간) 이집트 국영TV로 중계된 성명을 통해 국방장관직을 사임하고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6월 이전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엘시시의 출마 선언은 지난해 7월 그의 주도 하에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정권을 축출한 지 8개월 뒤에 나온 것이다.
엘시시는 "국방장관과 군 사령관으로서 임무를 끝내기로 하고 오늘 군복을 입고 마지막으로 여러분 앞에 선다"며 "겸허한 마음으로 대선 후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집트에서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나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근면하고 자제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취약한 이집트의 경제와 정치, 사회, 안보 상황에 힘과 용기로 맞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엘시시는 대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에서 먼저 물러나야 한다는 이집트 선거법에 따라 군에서 퇴역하며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엘시시 장관은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에 앞장서면서 대중적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어 차기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집트 군부 지지자들과 국영 매체는 당선이 가장 유력한 엘시시의 대선 출마를 노골적으로 촉구해 왔으며 군 최고위원회도 지난 1월 그의 대선 출마를 공식 승인한 바 있다.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 대통령은 지난 1월 엘시시 장관을 군 최고 계급인 원수로 승진시켰다.
이집트 대권 경쟁에서 엘시시의 대항마도 사실상 없는 상태다. 엘시시가 출마하면 당선될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지난주 발표된 이집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 2062명 가운데 51%가 엘시시 국방장관을 선택했고 나머지 45%는 '지지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대선 후보인 좌파 성향의 함딘 사바히는 단 1%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그러나 엘시시의 대선 출마 선언을 계기로 무슬림형제단을 중심으로 한 무르시 지지파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실제 당선된다면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퇴진한 호스니 무바라크 시절의 군사 독재 정권으로 회귀하는 길을 터 주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엘시시가 당선되면 이집트는 1950년대 공화국 체제 출범 이후 5번째 군부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게 된다.
무르시 지지 세력은 무르시가 축출되자 '엘시시가 민선 대통령을 상대로 쿠데타를 이끌었다'며 반대 시위를 이어왔다. 군부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이들을 무력진압해 이 과정에서 1000명 이상이 숨졌다.
엘시시가 대선 출마를 발표하기 수시간 전에도 카이로대 캠퍼스에서 최근 무르시 지지세력 529명에게 내려진 사형판결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대학생 1명이 숨졌다.
영국 런던에 머무는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이브라힘 무니르는 AF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엘시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후 매일 살인을 저질렀다"며 "엘시시의 그림자 아래서는 이집트의 안정과 안보는 불가능하다"고 성토했다.
일각에서는 엘시시가 이집트의 마지막 전쟁이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군 복무를 시작해 실전 경험이 없는 데다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능력을 검증받지 못했다는 비판론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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