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의혹 사건의 결심 공판을 하루 앞두고, 항소심에 제출했다가 위조로 판명난 증거 문서 3건을 모두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7일 "28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그동안 수사 진행경과 및 내부적으로 확인된 내용을 종합해 면밀히 검토한 결과 항소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3건의 문건과 증인으로 신청한 임모 씨에 대해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해당 문건들에 대해 수사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라 검찰 제출 증거 3건이 모두 위조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 진정 성립에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도 문건이 위조됐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검찰이 철회를 결정한 증거는 국가정보원이 검찰을 통해 증거로 제출했던 중국 공문서 3건이다. △중국 허룽시 공안국 명의로 된 피고인 유우성 씨의 출입경기록,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서,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사무소) 명의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공증문건 등이다.
해당 문건들은 지난달 14일 중국 당국이 "위조 문서"라고 확인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국정원 협력자 김모 씨 또한 위조를 시인한 것들이다.
검찰은 아울러 피고인 간첩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인 전직 중국 공무원 임모 씨에 대한 증인 신청도 철회했다.
검찰은 유 씨의 출입경기록이 전산 오류 때문이라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임 씨의 자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임 씨는 그러나 해당 자술서가 국정원 협조자인 김모 씨가 대신 쓴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증거 및 증인 철회에도 불구, '공소 유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동생 유가려 씨의 자백 만으로도 혐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피고인 측은 검찰의 증거 철회 및 공소 유지에 대해 "검찰이 증거 조작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셈"이라고 밝혔다.
유 씨 변호를 맡고 있는 김용민 변호사는 "검찰이 문서들이 이미 조작으로 판명난 상황에서 증거로 가져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재판부로부터 기각될 것을 알기 때문에 미리 발을 뺀 셈"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간첩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조작된 문서를 간첩 혐의 증거로 내세울 경우 국보법에 의해 가중처벌이 될 수 있으니 이를 면하기 위해서 증거 철회를 한 것"이라면서 "증거 조작은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공소를 유지한 것은 '증거 조작을 검찰은 몰랐다'는 것을 드러내려는, 책임을 피할 마지막 카드를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