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비핵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북한이 실명 비난에 나섰다. 지난 2월 14일 상호 비방 중상 중단을 합의한 이후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이 등장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이후로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됐던 남북관계가 냉각기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27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기자와 문답 형식에서 박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발언은 “심히 못된 망발”이라며 “박근혜가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아무 말이나 제멋대로 하지 말아야 하며 분별과 이성을 찾고 언사를 삼가는 버릇부터 붙여야 한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특히 박 대통령이 북한 영변 핵시설을 북한이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고, 이렇게 되면 체르노빌 원전 누출 사고와 같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박근혜가 지금까지 우리 핵문제와 병진로선에 대해 무엄하게 망발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번에 그 위험성을 증명해보려고 우리의 평화적 핵시설까지 어처구니 없어 걸고들면서 체르노빌보다 더 큰 핵재앙을 초래할수 있다고 줴친데 대해서는 만사람이 쓴웃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쏘아 붙였다.
이어 대변인은 “박근혜는 이번에 우리의 핵을 터무니없이 걸고들고 병진노선까지 시비질함으로써 비방중상을 중지할 데 대한 북남 고위급 접촉 합의를 그 자신이 난폭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그러고도 그 무슨 '신뢰'니 '진정성'이니 하고 말할 체면이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북남합의는 아무 때나 뒤집는 남조선 위정자들의 '선거공약'도 아니고 이행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시정배들의 상투적인 빈 약속도 아니”라며 “박근혜는 큰 실수를 범했다. 전조선반도 비핵화는 있을 수 있어도 일방적인 '북 비핵화'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미군의 핵우산 철수를 비롯한 한반도 비핵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박 대통령 실명 비난에서 “삼척동자도 앙천대소할 세계적인 특종 조소거리”, “무지와 무식의 표현”, “방구석에서 횡설수설하던 아낙네의 근성”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쏘아 붙였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남북 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의 이번 실명 비난이 지난 2월 14일에 있었던 남북 간 상호 비방·중상 중단 합의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조평통 명의로 우리 국가원수의 정상적인 외교활동까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비방한 것은 남북 간 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임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 예의마저 저버린 행위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한반도는 물론 주변지역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우리와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도발 행위를 즉각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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