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석의 거대 야당이 닻을 올렸다. 26일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결합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면서 정치권이 사실상 여야 1대1 구도로 재편됐다. 156석의 새누리당과 견줘봐도 크게 밀리지 않는 구도다.
문제는 앞으로다. 외형적인 통합은 이뤄냈지만, '한 지붕 두 가족'이 아닌 화학적인 결합을 이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가 신당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접고 민주당과 손 잡은 안철수 공동대표 입장에선 신당 내에서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것이 숙제다.
지방선거 첫 시험대…패배하면 '무공천' 책임론 일 듯
일단 다가올 지방선거는 신당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양측의 통합으로 새누리당과 1대1 구도가 구축됐음에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통합 야당'의 존재 자체가 도전받는 것은 물론 정치적 책임을 두고 당내 갈등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이 지방선거 승리라는 현실론과 통합의 원칙론 사이에서 신당이 직면한 딜레마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창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거짓말 정치'에 대해 국민이 반드시 표로 심판할 것"이라며 무공천 강행 의지를 밝혔지만, 당장 당 안팎에선 "이러다 기초선거에서 전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당 안팎의 재검토 요구에도 불구하고 무공천 방침에 쐐기를 박은 신당 지도부는 중도·보수층 공략을 위한 적극적인 외연 확장과 민생 의제로 선거를 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완패할 경우 안철수 의원이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라는 식의 경고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론을 놓고 임기 1년의 '임시 지도부'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계파 갈등이 잠복한 가장 큰 불씨가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가 빠르게 중도층 공략을 위한 우(右)클릭으로 선회하고 있지만, 오히려 성급한 무공천 선언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고착화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둘러싼 갈등과 별개로 광역선거 공천 문제 역시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된 통합 일정 때문에 '창당 후'로 모든 과제를 미뤄놨지만, 향후 5대5 지분 논란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
'호랑이 굴' 들어간 安, '대선 주자'로 살아남을까?
'호랑이 굴'에 들어간 안철수 대표 입장에선 신당이 '야당 지도자'로서의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입성 1년 만에 무소속 의원에서 제1야당의 당 대표로 '무혈 입성'했지만, 당내 정치적 기반이 부족한 그거 얼마나 리더십을 보이느냐가 향후 야권의 대선 주자로서의 시험 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의 통합 이후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안 대표 입장에선, 민주당에 흡수되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주도로 민주당을 개혁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민주당과 한솥밥을 먹게 된 이상, 문재인·손학규·박원순 등 다른 대권주자들과의 협력과 경쟁 구도도 조기 점화될 수밖에 없다. 당내 기반 없이 임기 1년 동안 구(舊) 민주당 세력을 달래면서 '새 정치' 리더십 역시 보여줘야 하는 것이 '정치인 안철수'의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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