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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초토화, 자동차는 글쎄? 개성과 ISD는 역시!
한·캐나다 FTA의 내용을 보면 협정 발효 후 10년 이내에 한국은 품목 수 기준 97.5%(수입액 기준 98.7%), 캐나다는 품목 수 기준 97.5%(수입액 기준 98.4%)를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농축산물에 대한 민감성을 감안해 전반적으로 한·미 FTA, 한·EU FTA보다 보수적인 수준에서 합의했습니다. 쌀, 과실류 등 211개 품목은 개방하지 않기로 했고 쇠고기, 돼지고기 등 20개 품목은 농산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축산 강국인 호주에 이어 캐나다와 FTA를 맺었으니 한국 축산업은 초토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FTA 체결로 캐나다산 쇠고기에 붙는 40%의 관세는 발효 15년이 되는 해에 완전 철폐됩니다. 돼지고기의 경우 냉동 삼겹살은 13년, 나머지 부위는 5년 내에 관세를 철폐해야 하니까요.
FTA 협상을 발표할 때마다 그렇듯 이번 협상의 최대 수혜자는 자동차업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한국이 캐나다로 수출한 액수는 52억 달러인데 22억 달러(42.8%)가 승용차이고 캐나다는 현재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수출하는 승용차에 6.1%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으니까요.
보수신문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캐나다에 수출할 자동차 84만원 싸진다'라고 붙였고, <중앙일보>는 '자동차 캐나다 수출 2017년 무관세', <동아일보>는 '한-캐나다 FTA 타결…차 2017년 무관세 수출'이라는 제목을 내세웠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미국은 1994년에 캐나다와 나프타를 맺었고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합니다. 이미 미국에서 생산된 현대기아차는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의 캐나다 판매차 중 44%(9만 3015대, 2013년 기준)는 북미 현지 생산차입니다. 물론 나머지 56%는 앞으로 혜택을 받겠지만, 이 물량은 현대·기아차 전 세계 판매량 대비 1.5%, 한국공장 수출 물량의 5% 수준에 불과합니다.
개성공단 제품에 대해서는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립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한·싱가포르, 한·아세안, 한·페루 FTA에서는 개성공단 제품 중 일부 품목을 협정 발효 시 곧장 한국산으로 인정한 것과 대조적이죠. 제가 2006년에 한·미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 분야를 빼버리는 게 낫다고 주장했던 이유입니다. EU나 캐나다가 미국만큼만 허용하겠다고 주장하는 건 당연하니까요.
(☞ 한·캐나다 FTA, 경제적 영향 분석 왜 빠졌나)
부동산 투기 부추기는 '지역활성화 대책'
정부가 3월 12일 발표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은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를 지방에도 적용하겠다는 얘깁니다. 이미 해제한 그린벨트와 산, 농지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어줄 테니 민간이 들어와서 투자하라는 거죠.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약속했던 지방공약을 다 합치면 120조 원 규모입니다. 대규모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거죠. 하지만 비수도권 기업도시나 혁신도시, 기존 산업단지도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 상황에서 녹지 규제를 푸는 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문제는 수도권입니다. 재벌들은 나중에 어디에 쓰건 일단 땅을 사들일 거고, 특히 그린벨트 인근 땅값이 치솟을 게 뻔합니다.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도의 '15개 프로젝트'와 '56개 지역행복생활권'도 역시 부동산 붐을 노리고 있습니다. 시·도의 특화발전 프로젝트 15개 중 11개가 대통령 지역공약이죠. 하지만 이마저 아직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프로젝트여서 실현 가능성도 의문스럽습니다. 현 정부 임기를 고려하면 3년짜리 프로젝트인 셈인데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5+2 광역경제권'도 정권 2년 차인 2009년에 확정했고 이행 도중 임기를 마쳤거든요. 결국 6월 지방선거 대책인 데 참여정부의 혁신도시나 이명박 정부의 광역경제권 정책이 그랬듯 땅값만 올리고 프로젝트는 장기 표류하는 일이 이번에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지역경제활성화 대책]규제 풀어 ‘민간자본’으로 개발 추진… 난개발 우려·전시행정 지적)
지방선거가 부동산 개발 약속으로 얼룩질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유력 후보인 정몽준 의원이 작년에 파산한 용산재개발을 선언했거든요. 2006년 오세훈 전임 시장이 서부이촌동까지 51만여 제곱미터(㎡) 일대에 30조 원을 투입해서 '단군 이래 최대규모 사업'이라고 선전했던, 바로 그 용산 말입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 불황이 계속되면서 2012년 자금난에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가, 결국 작년엔 전면 백지화된 거죠. 박원순 서울시장은 3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용산개발 재개) 그게 가능하겠냐. 딱 보면 아는 것 아닌가. 몇 군데만 취재해보면 (가능성이 없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 <용산개발논란-①> 박원순 "불가능" vs 정몽준 "해봤나")
수도권 땅값을 부추기는 정부, 재개발의 허망한 꿈을 설파하는 새누리당 시장 후보, 우리가 이번에도 부동산 신화에 넘어가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
작년의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8000억 원이나 늘어났는데 또다시 부동산 붐을 일으켜 일반 시민들이 휩쓸리면 가계부채로 인한 경제위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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