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뛰어 내렸다"고 발언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징역 8월의 실형 판결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3일 상고심에서 원심을 확정했다. 조 청장이 이 발언을 한 2010년 3월 이후 4년 만이다.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이던 2010년 3월 31일,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단 팀장 398명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바로 전날 10만 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지 않았습니까. 그것 때문에 뛰어내린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진 것은 발언 후 네 달 반이 지난 2010년 8월 13일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조 전 청장은 보도가 나오기 5일 전 경찰청장에 내정된 상태였다. 노무현재단은 8월 18일 조 전 청장을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조 전 청장은 이 외에도 경기지방경찰청장 시절 쌍용차 노조 파업에 대한 과잉 진압, 서울지방경찰청장 시절 무리한 실적 강요 등으로 자질 논란이 많았다. 또한 천안함 희생자 유족들의 오열을 '동물의 울부짖음'으로 묘사해 구설수에 오르는 등 조 전 청장에 대한 경찰청장 내정 철회 요구가 거셌다. 그럼에도 조 전 청장은 끄떡없었다. 2010년 8월 30일 그는 경찰청장에 취임했다.
조 전 청장이 현직 경찰청장이 되자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았다. 2011년 4월에서야 서면진술서를 제출 받았고, 6월에 다시 서면조사를 한 차례 더 했을 뿐이었다.
검찰이 조 전 청장을 직접 불러 조사한 것은 해를 넘겨 조 전 청장이 퇴임한 후인 2012년 5월 9일이었다. 조 전 청장은 2012년 4월 이른바 '오원춘 사건'이라 불리는 수원 20대 여성 납치 피살 사건으로 자진 사퇴했다. 조 전 청장은 2~3차례 더 소환 조사를 받았고, 검찰은 2012년 9월에서야 조 전 청장을 불구속기소했다.
2012년 11월에 시작된 재판에서 조 전 청장은 '차명계좌 발언 출처'로 대검찰청 자금추적팀장이었던 이모 법무사를 지목했으나, 이 법무사는 조 전 청장의 주장을 부인했고 조 전 청장은 2013년 2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
곧 보석으로 풀려난 조 전 청장은 2심 재판에서는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로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지목했으나, 이 전 이사장 역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조 전 청장은 이후 "'찌라시'를 보고 알았다"는 등 진술을 번복하다 2013년 9월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재수감됐다.
조 전 청장은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지난 7일 보석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의 실형 확정으로 나머지 형기를 수감 생활로 채워야 된다.
조현오 전 청장의 '차명계좌' 발언은 2013년 8월 13일 KBS <뉴스9>의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우여 곡절이 있었다. KBS <추적60분> 팀이 6월 말 제보자를 통해 조 전 청장의 발언 동영상을 입수했다. 특히 그해 8월 8일 조 전 청장이 경찰청장에 내정되면서 <추적60분>은 발언 내용 사실 확인 취재에 돌입했다. 취재를 마친 <추적60분>은 8월 13일 "18일 방송에서 아이템으로 넣겠다"고 당시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에게 보고를 했다. 그러나 이 국장은 "차명계좌 여부를 밝혀야 한다"며 보류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이 국장이 이 내용을 보도국 사회부에 알려 별도로 취재를 한 <뉴스9> 특종으로 보도돼 '특종 가로채기' 논란이 일었다.(관련기사: KBS 조현오 '막말' 특종 속사정, 기자협회보, 2014년 8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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