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단 158명 중 9명이 대거 평가위원직을 사퇴했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할 경영평가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노동조합 탄압을 위한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부채 책임 전가'와 '노동조합 때려잡기'에 불과하단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사퇴한 이들은 경영평가단 노사복리후생팀장 박모 교수와 변호사‧노무사 등 해당 팀원 등 총 9명이다. 이들은 11일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201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단 워크숍'에 참석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도 돌연 잇달아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워크숍에서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운영방향과 정상화 대책, 평가 지침 등을 설명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노사복리후생팀장을 맡게 된 박 교수가 경영평가 세부 내용을 들은 후 사퇴 의사를 밝혔고, 노사복리후생팀 소속 다른 이에게 팀장을 맡기려고 했으나 그 사람도 사퇴하는 등 연쇄 사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정부의 강력한 공공기관 통제 수단으로 활용돼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대위 측은 "경영평가는 정부의 정책 사업 강요, 정원 관리, 노사 관계와 임금 통제를 위해 활용돼 왔다"며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선 기관 통제 수단을 넘어 '정상화 대책'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는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100점 만점으로 진행되는 평가에서 노동조합과의 임금‧단체 협상, 노동자 복리 후생 수준 등을 포함한 '정상화' 관련 지표가 26점 만점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공대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1~2점 차이로 순위가 뒤바뀔 정도로 치열하다"며 "경영 평가가 아니라 '정상화 대책 이행 평가'로 전락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공대위는 12일 논평을 내고 "양심적인 인사라면 도저히 사퇴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내용을 기획재정부가 제시했던 만큼, 외려 사퇴하지 않은 위원들이 '비정상'이라 할 만하다"며 "공공성을 증진하기보다 돈벌이와 노조 탄압을 중심으로 하는 왜곡된 경영평가를 중단해야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12일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내어 "평가위원의 중도 사퇴 또는 교체는 평가단 구성 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며 정부가 경영 평가단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경영평가단의 독립성은 엄격하게 보장되며 평가 결과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다"고도 설명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는 1~2명을 본 적은 있어도, 9명의 집단 연쇄 사퇴는 매우 이례적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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