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일본을 가장 위협이 되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2월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이러한 경향이 더 높아진 것으로 드러나, 최근 한국 내부의 반일 감정이 이전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해 2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2일 발표한 <아산 여론 브리프 2014 1호>에 따르면, 현재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 중 어떤 나라가 가장 위협이 되느냐는 질문에 65.8%의 응답자가 일본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한 60.8%, 중국 56%, 미국 30.9%로 집계됐다.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 이후 고노 담화 수정 발표, 위안부 관련 발언 등 잇따른 일본 권력층의 망언이 반일 감정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위협이 되는 국가가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63.1%가 일본을 지목해 1위를 기록했다. 다만 미래에 위협이 될 국가 2위에 북한이 아닌 중국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응답자의 60.6%가 중국을 지목했는데, 이는 동북아권 내에서 팽창하는 중국의 힘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58.6%로 3위를 기록했다.
향후 위협 국가 조사는 지난해 12월 말과도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직전 실시한 조사에서는 위협적인 국가로 북한(67.7%)-일본(58.4%)-중국(56.5%)-미국(33.2%)의 순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두 달 사이에 일본이 위협적이라는 응답이 5%포인트 높아진 반면 북한을 위협으로 본다는 응답은 9%포인트 하락했다.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이 합의되면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대, 가장 큰 위협은 ‘북한’
한편 이번 조사에서 20대는 북한, 미국, 중국, 일본 중 북한을 가장 큰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흔히 북한에 대한 인식 문제를 두고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갈리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비춰봤을 때, 이는 20대가 보수화됐다는 일각의 진단과 같은 맥락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조사에서 20대의 68%는 향후 북한이 가장 위협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또 20대는 일본을 위협적이라고 보는 비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다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응답자의 60.4%가 일본이 위협적이라고 답해 30대의 71.8%, 40대의 68.2%, 50대의 71.6%와 비교해보면 크게는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념 성향에 따라 주변국의 위협이 다르게 평가되기도 했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71.5%는 일본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답했으며 다음으로는 중국(68.4%), 북한(61.5%)을 꼽았다. 반면 보수 성향의 응답자는 67.7%가 북한이 위협적이라고 답해 일본(67.3%)을 위협적이라고 응답한 수치보다 미세하게 높았다.
중도 성향의 응답자는 전체 조사 결과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응답자의 67.1%는 일본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답했으며 북한(59.5%)과 중국(55.5%)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에 대한 위협도는 정치 성향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향후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응답자의 비율이 다소 늘은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진보 성향의 11.2%, 보수 성향의 9.4%, 중도성향의 5.5%의 응답자가 미국이 향후에 더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응답자들이) 미국이 현재는 굳건한 우방으로 우리와 협력관계에 있지만, 향후 이해관계에 따라 관계의 성격이 변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조사는 리서치앤리서치(R&R)에서 면접원 전화인터뷰와 유무선 RDD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전화조사는 유선과 무선의 비율을 각각 5대 5로 구성했다. 신뢰구간은 95%며 표집오차는 ±3.1%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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