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사람들로부터도 한미 FTA 등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 "바깥에서 비판하는 입장과 국정을 책임지는 입장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시민단체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는 나름대로의 충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런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정부와 시민사회의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홍보수석 "우리 입지를 강화해주는 우호적 보도"
12일 임명장 수여, 취임식에 이어 곧바로 청와대 기자실을 찾은 문 수석은 "대화와 설득을 통해 시민사회의 동의를 얻어내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까지 청와대 밖에서 한미FTA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의 여론을 '진화'하는 데 큰 힘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진 문 실장의 이같은 공언에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다.
'8차 협상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쟁점 현안들은 양보로 일관하고, 기자 8명이 경찰에 맞아 부상당할 정도로 반대 시위를 강하게 진압하는 등 타결에만 목을 매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곧바로 윤승용 홍보수석은 "그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윤 수석은 "협상이라는 것이 우리가 100퍼센트 우세하고 저 쪽이 0퍼센트 우세한 식은 없다"며 "만약 우리가 우세하다면 약간 그렇고 또 저쪽이 우세하다면 그대로 또 약간 우세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심지어 윤 수석은 "우리 측의 양보가 많다는 보도는 협상장에서 우리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우호적 보도라고 생각한다"며 짐짓 여유 있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정무 분야 걱정된다"
한편 문 실장은 "그동안 민정, 시민사회 수석도 맡았었지만 그 쪽은 업무도 한정되어 있고 제가 해 왔던 일(변호사, 재야 활동)의 연장선이라 그럭저럭 해 왔지만 비서실장은 종합적 안목이 필요한 데다가 지금은 쉬운 상황도 아니라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문 실장은 특히 정무 분야에 대해 "그쪽은 제가 잘 모르고 가장 소질이 없는 분야기도 하다"며 "그 분야는 앞으로 정무팀과 의논하고 논의한 결과에 따라서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두 명의 비서관이 배속되어 있을 정도로 청와대 정무팀의 진용도 강하진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보다는 정무특보단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고 무엇보다도 노 대통령 본인이 정무 업무의 상당부분을 직접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 여론이 쉽사리 반등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문 실장은 "개헌에 관한 여론이 나쁘거나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문 실장은 "개헌 추진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시기에 대한 이론이 있지만 앞으로 여론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하산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비서실 진용개편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문 실장은 "지금까지 잘해 왔다"며 "지금까지 해 온 방향을 수정하거나 바꿀 생각은 없다"고만 답했다.
'마무리'를 수차 강조한 문 실장은 이날 오후 취임식에서 비서실 직원들을 향해서도 "임기 1년의 대통령에 새로 취임한 분을 모신다는 자세로 각자 마음을 다잡자"고 당부했다.
특히 문 실장은 "임기 후반부를 하산(下山)에 비유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참여정부에 하산은 없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 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라고 강조했다.
문 실장의 이같은 발언은 '마지막 해는 새로운 일을 벌이기 보다 국정을 정리할 때'라는 일반의 지적과 180도 다른 노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담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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