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이 보수 인사들의 트윗을 조직적으로 퍼뜨리는 동시에 특정 언론사 간부에게 칼럼을 청탁하고 선물을 전달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 수사관 이모씨는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에 저장된 메모장 파일에서 보수 우파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이 다수 발견됐다"며 이같이 증언했다.
이씨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에 속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사이버 추적을 담당한 수사관이다.
이씨 증언에 따르면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소속 김모씨의 2012년 12월 12일자 이메일에서 메모장 파일을 확보했다. 이 파일은 검찰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됐다.
김씨의 파일에는 국정원 직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370여개, 이메일 주소, 패스워드 등이 담겨 있었다. 트위터를 전담한 안보5팀 직원 14명의 이름이 두 글자씩 적혀 있었다.
김씨는 특히 보수 우파 인사들의 트윗을 전파하기 위해 그들의 계정을 파일에 정리했다. `읾나우파'라는 제목으로 분류한 보수 인사 명단에는 '십알단' 운영자로 알려진 윤정훈 목사도 포함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한글·워드 프로그램 사용이 금지돼 메모장·워드패드를 대신 사용했고, 파일을 이메일에 첨부한 뒤 외근할 때마다 꺼내 쓴 것 같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씨는 이어 김씨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2011년 12월부터 트위터 활동에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파일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안보5팀이 출범한 2012년 2월 이전에도 트위터 활동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씨는 안보5팀 3파트장 장모씨가 2009년 4월 한 언론사 국장에게 특정 취지의 칼럼을 써달라는 메일을 보냈고 일반인 송모씨를 통해 선물을 전달하려 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장씨가 송씨에게 명단을 보내면서 선물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해당 명단에는 칼럼을 부탁한 언론사 국장 뿐 아니라 보수 언론사 간부들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선 이씨를 비롯한 검찰 수사관 9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하지만 변호인은 이들 증언 내용을 일일이 반박하기보다 트위터 활동 관련 증거의 증거능력 자체를 부정하는 데 주력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빅데이터 수집업체에서 받은 자료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반한다"며 "더욱이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자료까지 압수해 영장주의 원칙을 일탈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빅데이터 업체의 가공 과정에서 원래 트윗·리트윗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을 국정원직원법에 반하는 방식으로 체포해 증거를 수집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변호인 주장을 인정할 경우 국정원 심리전단이 트위터 활동을 한 개연성이 있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 없게 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