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가리켜 '장자방'이라고들 한다.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 찬조연설을 할 때도, 올해 1월 안철수 측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직을 맡을 때도 언론은 '윤 전 장관이 안철수 신당의 장자방이 될 수 있을까'를 점쳤다.
그런 윤 전 장관이 배제됐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합의하는 과정에서다. 그는 통합신당 창당 소식을 지난 2일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서운하기보다는 무슨 일을 이렇게 하나.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 윤여준 "안철수 어처구니없다. 대가 따를 것")
5일 자 <중앙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윤 전 장관은 "내가 생각했던 구도가 ('제3지대 신당' 창당과) 기본적으로 비슷한데 결론은 이게 아니었다"며 두 세력 간 통합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자신은 의장으로서 최소한도의 일을 하는 서포트(support)라고 선을 그었다.
윤 전 장관은 안철수 의원의 결단에 대해 "어떻든 용기 있는 일"이라면서도 "거기서 이겨서 솟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간 것인지 퇴로를 연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덩치를 좀 더 키워서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안철수 측이 신당 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장자방'의 시각으로는 "힘과 힘이 부딪히면 힘이 센 쪽이 빨아들이게 돼 있다"는 계산이다. 윤 전 장관은 "어휴, 저쪽은 프로들이 많아가지고 온 사방에 지뢰를 깔아놓을 텐데, 그걸 밟지 말아야 할 텐데…"라고도 했다. "민주당을 선거전에서 세게 벼랑까지 몰아보려고 했"던 자신의 전략이 어그러졌음을 인정하며 "이제 한 집이 된다는데 뭘 밀어붙여"라는 말로 서운함을 드러냈다.
'잘 될까'라는 질문에 윤 전 장관은 "솔직히 (김한길·안철수) 양측의 본심이 뭔지 아직은 모르겠다. 일단 창당 과정에서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본심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5대5' 지분 논의에 대해서도 윤 전 장관은 "영토의 반을 준다는 얘기가 아니"라며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사슴이 호랑이굴에 들어간 것"이라던 말처럼 윤 전 장관은 안 의원을 "순박한 사람, 열 번 속을 사람"이라고 말했다. "새 정치가 두 분(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 사이의 말만 가지고 담보가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윤 전 장관은 "안 의원은 새 정치라는 브랜드가 유일한 무기인데, 이미 그게 많이 퇴색했다. 아직 어느 정도 명분은 쥐고 있고,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것도 아니지만 크게 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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