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정협과 전인대)를 이틀 앞둔 1일 밤 윈난(雲南)성 성도이자 관광 휴양도시인 쿤밍(昆明)의 철도역에서 불특정인을 겨냥한 무차별 테러사건이 발생해 민간인 17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번 사건이 양회 개막을 앞두고 신장(新疆) 위구르족 독립세력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일으킨 테러라고 규정하고 있어 상당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신화망(新華網) 등 중국 언론과 목격자 등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 20분(현지 시간)께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한 10여 명의 남녀 괴한이 쿤밍 철도역에서 50㎝∼1m짜리 칼을 들고 시민을 무차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묻지 마' 방식의 이 공격으로 현장에 있던 시민 29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부상했다. 다친 사람 가운데는 중상자도 많아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쿤밍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지만 이날 현재 한국인 관광객이나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청두(成都)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전했다.
목격자들은 범인들이 먼저 역 광장에서 범행을 지지른 뒤 매표소로 이동했으며 다시 광장으로 나와 범행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범인들은 노인과 아이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친구를 마중 나갔다가 현장을 목격한 탄(譚)모씨는 "괴한들이 노인과 어린이 할 것 없이 보이는 대로 사람들을 베기 시작했으며 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다시 칼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 4명을 사살하고, 여성 1명을 체포했다. 이들 5명 가운데 2명은 여성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 관계자 2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어 수색작업을 벌여 현장에서 도망친 용의자 3명을 추가로 붙잡았다.
쿤밍시 당국은 이번 테러사건을 신장 분리 독립운동 세력이 계획적으로 일으킨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붙잡힌 범인들을 대상으로 범행 동기와 배후 세력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건 현장을 촬영한 사진에선 용의자가 가슴 부근에 위구르 독립운동 세력의 한 분파인 '동투'(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 조직의 '성월'(星月) 표식을 단 모습이 포착됐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테러사건 직후 '중요 지시'를 통해 "법에 따라 테러리스트들을 엄벌하고, (그들의) 날뛰는 기세를 강력하게 꺾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폭력테러 활동을 엄격하게 타격해 전력으로 사회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국가 치안 최고 책임자인 멍젠주(孟建柱) 중앙 정법위원회 서기와 반(反)테러 공작영도소조 조장을 겸하는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을 현장에 급파해 수사를 지휘하도록 했다.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의 경계등급을 격상하는 등 중국 전역에 비상경계도 대폭 강화했다. 쿤밍시 일대는 사실상 계엄상황과 같은 분위기이며 도시 전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건 현장 주변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꽃이 놓인 가운데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가족의 사진을 들고 이들의 행방을 애타게 찾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중국 인터넷에는 사건 발생 현장에 가방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희생자들이 피를 흘린 채 바닥에 누워 있고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이번 테러사건에 대해 충격과 놀라움을 표하면서 테러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가장 강렬한 어조로 쿤밍 기차역에서 민간인을 겨냥해 발생한 끔찍한 습격 사건을 비난한다"면서 희생자와 유족 등에게 애도의 뜻을 밝혔다.
중국에선 지난해 10월 28일에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위구르인 일가족의 차량 돌진 테러로 5명이 사망하는 등 신장 분리독립 세력에 의한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위구르족의 테러가 신장 자치구 지역의 경계를 벗어나고 있는데 특히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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