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의 당적 정리로 선거를 위해 대통령을 정략의 표적으로 삼아 근거없이 공격하는 잘못된 정치풍토가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22일 드디어 열린우리당 탈당을 선언했다.
"당내 갈등 소지 해소 위해 결심했다"
22일 저녁 정세균 당의장 등 지난 14일 출범한 열린우리당 새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회동을 가진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당적 문제와 관련해 우리당 내에 찬반 양론이 있어 망설임이 있었지만 당내 일부라도 대통령의 당적 정리 주장이 있는 이상, 당내 갈등의 소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탈당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은 단임 대통령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의 당사자가 아닌데도 선거를 위해 대통령을 정략의 표적으로 삼아 근거없이 공격하는 잘못된 정치풍토가 우려된다"고 한나라당을 공격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만찬 시작 직전 당 지도부 앞에서 "우리당 출범 자체가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역사적 과업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당이 계속해서 성공해 나갈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노력해 주시길 바라고 잘 되길 기원한다"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깊은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지난 14일 전당대회에서 '대통합신당 추진과 그를 위한 통합수임기구의 구성'을 통해 사실상 '당 해체'를 결의한 정세균 신임 의장은 "전당대회를 통해 앞으로도 국정과 민생문제 등 대통령이 하시는 일을 잘 뒷받침하겠다는 결의도 다졌다"면서도 "대통합도 잘 추진해서 대선에서 승리해야겠다는 결의를 다졌다"고 답해 동문서답의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가장 빠른 탈당 기록' 세운 노 대통령
노 대통령은 당 일각의 탈당 요구가 높았던 지난해 11월 28일 국무회의에서도 "현재 대통령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당적과 대통령직 두 가지뿐"이라고 말했다. 그 이전에는 "퇴임 후에도 당에 남고 싶다. 고문 직이라도 맡고 싶다"며 우리당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 바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티면, 밀려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과 개헌 여론 반등을 위한 정치적 목적 등이 탈당을 결행하게 만든 배경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당적 정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 잘못된 정치풍토를 결국 극복하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회한을 토로했지만 '자신의 임기 말에 가장 빨리 여당 당적을 이탈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선이 열린 해 9월, 김영삼 전 대통령은 11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5월에서야 여당 당적을 버렸었다.
이날 만찬에서는 한명숙 총리의 거취, 개헌 여론 반등 방안, 각종 개혁 법안 처리 문제 등도 논의된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여당에 '사립학교법 양보'를 당부할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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