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나 그리던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엔 2박 3일은 너무 모자랐다. 이산가족들은 22일 오전 작별 상봉을 마지막으로 또 다시 기약 없는 헤어짐을 받아들여야 했다.
오전 9시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작별 상봉에서는 시작부터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42년 전 납북됐던 박양수(58) 씨는 동생 양곤(53) 씨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서로를 얼싸안으며 이별의 아픔을 달랬다.
박양수 씨는 양곤 씨에게 “통일되면 만난다. 같이 살 수도 있고. 신심(믿음)을 가져라”라며 동생을 달랬다. 양곤 씨는 “건강하십시오 형님. 건강하면 꼭 만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 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메인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번 상봉 내내 밝은 표정을 지었던 이명호(82) 씨도 북측 동생인 리철호(77) 씨의 손을 잡으며 “안 울려고 했다. 살아줘서 고맙다. 몸 건강히 해라”며 울먹였다. 이명호 씨의 부인 한부덕 씨는 “오늘 아침 방에서부터 계속 우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씨는 자신이 끼우고 있던 보청기를 청력이 약한 북측 조카에게 주려했으나 잘 맞지 않아 건네주지 못했다.
건강 문제로 마지막 만남에서 가족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상봉자들도 있었다. 치매 증세로 딸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이영실(87) 씨는 작별 상봉에 참여하지 못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오환(84) 씨는 상봉 30분을 남겨두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며 결국 실신했다.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가족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가려는 상봉자들의 눈물 겨운 노력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가족들은 서로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주명순(92) 씨는 마지막이 될지 모를 가족들의 육성을 녹음기에 담기도 했다.
버스 창문 사이에 두고···통일되면 만납시다
작별 상봉을 끝낸 이후 남측 가족들은 속초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 북측 가족들은 버스에 탄 남측 가족들과 창문을 사이에 두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버스에 탑승한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창문을 두드리며 손을 흔들고 눈물을 터뜨렸다. 이춘화(83) 씨는 창문 너머의 북측 가족들에게 “나중에 꼭 보자”는 메모를 적어 유리창에 댔다. 뒷장에는 “통일되는 날까지 건강하세요, 사랑한다”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버스가 출발하자 이들을 보내는 북측 가족들의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임태호(71) 씨의 동생인 임태옥 씨는 남측의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차량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한복을 입은 채 취재진이나 안내 요원들과 몸을 부딪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오는 23일부터는 북측에서 찾은 남측 가족들과 북측 가족들이 만나는 2차 상봉이 25일까지 계속된다. 2차 상봉은 금강산에서 북측 가족 88명과 남측 가족 360여 명이 참여해 상봉의 기쁨을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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