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이 이틀째를 맞았다. 가족들은 21일 오전 각자의 숙소에서 개별상봉을 하며 못다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하지만 구급차를 타고 상봉에 참가했던 김섬경(91) 씨와 홍신자(84) 씨는 건강 악화로 예정된 상봉 일정을 모두 마치지 못하고 내려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통일부는 20일 저녁 “의사 및 가족들과 협의 결과 21일 오전 개별상봉을 끝으로 김섬경, 홍신자 씨는 귀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날 치러진 단체 상봉에서도 구급차에서 따로 상봉을 했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홍신자 씨는 북측 가족을 만난 기분이 어떠시냐는 질문에 “기뻤죠. 헤어지니까 너무 슬프고. 동생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밝혔다. 북측 가족인 홍영옥(82) 씨는 신자 씨에게 “만나보니까 너무 반가워”라며 “동생들하고 친척들한테 걱정 없이 산다는 것 알려 달라. 통일될 때까지만 잘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홍신자 씨의 딸 이경희 씨는 “(어머니가) 2월 10일에 순천향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한 뒤 퇴원하고 바로 상봉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60여 년 만에 만나는 건데 꼭 가고 싶다고 하셨고, 적십자사 상황실에서 최선을 다해 도와줬다”며 “그렇게 어렵게 와서 이모님을 만났다. 너무 기뻤다. 정말 기적과 같은 만남”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9일 상봉자들이 속초에서 집결했을 때부터 간이침대에 누워서 상봉 접수를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김섬경 씨도 이날 오전 개별상봉을 끝으로 상봉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 씨의 아들 김진황 씨는 “아버지가 충격 받으실까봐 일단 치료받는 걸로 이야기하고 후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황 씨는 “아버지는 평소에도 계속 (북쪽 가족들을) 만나야 한다, 찾아야 한다고 하셨다”며 김섬경 씨가 절실히 상봉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진황 씨가 “아버지 여한이 없으시죠?”라고 말하자 김섬경 씨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북측의 딸 김춘순 씨는 “아버지 통일되면 만나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산가족들은 이날 점심식사를 함께한 뒤 오후 가족단위의 상봉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단위 상봉이 끝나면 이산가족들은 작별 상봉 한 차례만을 남겨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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