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낙하산 인사 문제다. 해도 너무한다. 정부가 "공기업 인사의 전문성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한 날, 검사 출신 전직 국회의원이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에 낙점된 사실이 알려졌다. (관련기사 : 박근혜 정부 '낙하산 파티'가 시작됐다) 검사 출신에게 전기 안전에 관한 전문성을 기대하겠다는 것인가.
<조선일보>는 21일자 사설을 통해 "이런 (낙하산) 사례를 일일이 꼽아보는 것조차 이젠 지겹다"고 푸념했다. "지금 정부가 공기업을 개혁하겠다고 공기업 경영진과 노조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그 진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믿기 어려운 것도 바로 정부가 최근까지 자격 없는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그런 정부에 '공기업 임원' 자격 요건을 정할 자격이 있기나 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신문은 "정부가 작년 12월 공기업을 개혁하겠다고 칼을 빼든 후에도 도로공사 사장과 한국전력·한국서부발전·석탄공사·예금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기술보증기금 감사 자리에 정치권 출신을 잇따라 앉혔다"며 "새누리당 지구당 위원장들이 평생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금융회사 감사·사외이사로 갔고 검사 출신은 전력 회사 사외이사로 꽂혀 내려갔다"고 비판했다.
낙하산 인사 근절 기준을 마련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와 함께 이 신문은 낙하산 인사 근절 대책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도 의심받는다고 지적했다.
애초 정부는 공공 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며 낙하산 인사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었다. 낙하산 인사와 공기업 부실이나 방만 경영은 직접 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내놓았었다.
이 신문은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그랬던 정부가 이날 뒤늦게 낙하산 대책을 거론이나마 한 것은 공기업 개혁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정부가 공기업 임원의 자격 요건을 엄격하게 정하더라도 이를 실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어 "포스코·KB금융지주·KT 같은 민간 회사의 사외이사에까지 청와대가 입김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아무 비밀이 아니"라며 "공기업을 선거 전리품으로 여기는 집권 세력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공기업 임원 자격 규정은 언제라도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공기업 개혁 의지 자체가 의심받고 있는 셈이다.
이 신문은 "정부가 굳이 공기업 임원들의 자격 요건을 만들겠다면 '권력 실세와 가까운 사람' '집권당 공천에서 탈락했거나 공천을 받고도 낙선한 사람' '대선·총선 캠프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사람'이라고 해두는 것이 차라리 솔직한 태도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도 10면 기사를 통해 "(정부의 낙하산 근절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하며 "역대 정부에서도 온갖 낙하산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기재부는 정치인이나, 군인, 경찰 고위직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용산참사 책임자로 사회적 지탄을 받으며 공직에서 낙마한 경찰 출신 인사가 한국공항공사(이석기 사장) 사장으로 내려앉거나, 검사 출신 정치인도 전문 분야와 전혀 무관한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이 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존재하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2년 12월 25일,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낙하산 인사는) 국민들께도 큰 부담이 되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1년 2개월 지난 지금, 박 대통령의 발언은 빈껍데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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