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6자 회담 타결 이후 일각의 '대북 퍼주기'비판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 못했지만 타결 전에 '우리가 다 주더라도, 우리가 다 부담하더라도 이 문제는 해결해야 된다. 그리고 결국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고 생각했다"며 일축했다.
"몽땅 뒤집어쓴다는 예단 기사 많았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순방 중인 노 대통령은 15일 오전(현지 시간) 로마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자꾸만 퍼준다 퍼준다 비난 많이 듣는데, 미국이 전후에 여러 정책도 투자고 했는데, 그 중에 가장 효과적인 게 마샬플랜"이라면서 "전쟁 뒤 유럽이 피해를 입었을 때 미국이 막대한 원조로 유럽 경제를 살렸기 때문에 그 이득을 가장 많이 본 나라가 미국"이라고 대북원조를 마샬플랜에 비유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 때문에 개성공단이 중단되고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진행할 수 있다"며 "북한 경제를 살려 가면 미국의 마샬플랜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큰 시장이 아주 효율적인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노 대통령은 "투자로 생각하고 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한국이 몽땅 뒤집어 쓰고 올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고, 사전에 그럴 거라고 예단하는 비판적인 기사를 쓴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행이 균분한다고 합의했다"고 보수언론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협상하는 사람한테 그거 다 달라는대로 주고 와라 하면, 헤프게 하는 것이어서 안 되고 말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기도했다. '우리가 다 주더라도 우리가 다 부담하더라도 이 문제는 해결해야 된다'"고 당시의 절박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핵 해결 이후에는 정전 체제 해결"
노 대통령은 "북한 사람들이 합의를 해도 조금 예측하기 어렵고 또 조건이 많아 까다롭다"면서도 "어려운 과정이지만, 우리도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가 국내외서 많은 비난을 들어가면서 북한과 교류를 계속하고 지원도 하다가, 지난번 미사일 사건, 핵실험 때 지원을 중단 하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의도하든, 안했든 지렛대를 가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지원이 북한에 대한 지렛대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노 대통령은 "우리는 낙관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며 "북핵문제가 해결 되면, 돼 가면서, 어느 단계 이르면 남북 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정전상태다. 전쟁이 계속 중인데 잠시 쉬고 있는 것"이라며 "전쟁을 끝내고, 앞으로 남북간 평화적인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일을 하자는 합의가 6자회담 공동성명에 합의가 명시되어 있고 한 발 더 나아가서 동북아시아의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만들어가자는 합의도 들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라든지, 동북아 6자간 다자안보협력체로 발전시키자는 구상은 우리 외교부서가 한 것이다. 물론 통일부도 함께 협의하고 거들었겠지만"이라며 송민순 외교부 장관과 천영우 6자회담 수석대표를 거명하며 이들에 대한 신뢰를 숨기지 않았다.
"9.19 때는 미국 분위기가 시원치 않았었다"
노 대통령은 앞선 스페인 방문에서와 마찬가지로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9.19 공동성명 이행의 걸림돌이었다는 의견을 분명히 햇다.
노 대통령은 "사실은 2005년 9월 19일에 어제 이뤄졌던 합의와 비슷한 이뤄진 것"이라며 " 합의하고 돌아서는데 BDA의 북한계좌를 미국이 의심계좌를 지정하는 바람에 계좌가 동결되어서 북한이 외환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저도 의아스럽다 미국이 차라리 합의하지 말든지, 합의하고 뒤통수 치냐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불만도 많고 나중에 자세히 보니까, 9월 19일에 북경에서 합의했는데 BDA에 대한 미국 재무성의 동결조치는 9월 15일에 된 것"이라며 "어디서 착오가 생긴 것인지, 어떻든 그렇게 되어서 어긋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그 9.19 공동성명은 사실은 솔직히 말하면, 어거지로 막 끌어다가 도장을 찍은 것 같은 그런 과정상의 느낌이 좀 있었다"며 "그 당시 북경에 나와 있는 미국의 대표도 적극적이고 본국(미국)의 분위기는 시원하지 않고, 좀 억지로 떠밀어서 도장을 찍은 것이 아닌가 하는, 흔쾌하지 않은 그런 합의였다"고 까지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번에는 돌아서면서 볼멘소리 하지 않고, 앞으로 이행을 잘하자고 이야기를 한 것만 봐도, 그 전과는 다르고 협상하면서 정말 되기 어려워서 억지로 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번에는 정말 북쪽도, 미국도 이 문제를 풀자고 하는 것 같다는 보고를 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2005년 당시에는 문제해결에 미온적이었던 미국 부시 행정부가 이번엔 태도가 변했다는 노 대통령의 복기로 보인다.
"인류 역사 큰 걸음의 한 발짝"
이날 노 대통령은 "일단, 합의한 것이다", "제일 걱정이 북한이다.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낙관적 전망에 방점을 찍었다.
노 대통령은 "과거 누구에게 잘못이 있었든 같은 민족끼리 동강을 내고서는 소위 말발이 서지 않는다"며 "그런데 핵문제, 이번에 해결했는데 이는 이런 역사의 질곡에서 해방되자는 것"이라며 "미래 인류의 역사, 평화와 공존이라는 역사와 대의를 멀리 보면서 한 발 한 발 가고 있는 큰 걸음의 한 발짝… 정말 뜻 깊은 것"이라고까지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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