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6자 회담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4일 증시는 빠르게 반등하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번 회담 타결이 우리나라 증시의 잠재적 장애물이라고 여겨졌던 지정학적 불안요인을 해소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높게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북핵 효과가 장기적으로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핵 위험도가 높아졌을 때도 증시는 단 하루만 급락했다가 곧 평소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북핵 자체가 큰 변수가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6자 회담 타결만으로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코스피지수 연중 최고치 기록…"북쪽에서 훈풍이 분다"
14일 코스피 지수는 6자회담 타결 소식에 힙입어 전일 대비 17.66포인트(1.25%) 오른 1436.10으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달 2일에 기록한 종가 기준 연중 최고가(1435.26)를 훌쩍 넘긴 수치다.
대한투자증권의 김대열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6자회담 타결로 지정학적 위험 완화와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 기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증시의 강세도 지수 급등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이날 증시 급등에는 6자 회담 타결뿐만 아니라 또다른 여러 가지 호재 덕분이기는 하지만 6자회담 타결 소식 자체가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날 증시 급등으로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1350~1450 선에서만 맴돌던 코스피 지수가 이 범위를 뛰어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핵 훈풍으로 말미암아 증시의 상승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섞인 목소리들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1월에 비해 수급조건이 크게 개선됐고,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도 완화됐다"면서 "코스피 지수가 1.4분기에 15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핵 효과 얼마나 갈지는 신중론이 대세
그러나 6자 회담 타결이라는 호재가 증시 전체를 장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우리나라의 증시가 '북핵'이라는 변수보다 환율이나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경제 상황, 국내 경제에 영향력을 크게 지니고 있는 주요 업종의 실적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월 초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핵 리스크가 한껏 높아졌을 때도 증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특히 당시 국내 투자자들이 북핵 리스크를 높게 보고 매도세로 돌아서자 외국 투자자들이 순매수에 나서는 모습이 뚜렷이 관찰되기도 했었다.
한화증권이 이날 "지수보다는 종목별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면서 "지수의 본격 상승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6자회담 타결 자체로만 우리나라의 신용평가등급을 상향 조정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무디스의 토마스 번 부회장은 이날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실질적인 핵 폐기 절차에 들어가야만 한국의 신용등급이 변경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또다른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현 단계에서 등급 상향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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