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체 가구주 가운데 직업을 갖지 않은 사람이 15%에 근접한 것으로 통계청 조사결과 나타났다. 이같은 비율은 통계청이 가계수지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실업률이 3% 대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처럼 일자리를 찾지 못한 가구주가 많은 이유는 실업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구직 단념자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 가운데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의 비율은 7가구 중 1가구 꼴인 14.57%로 전년(14.02%)보다 0.55% 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전국 가구 가운데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의 비율은 2004년 한 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상승했다.
또한 지난해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는 2.7명이고, 가구주의 연령은 평균 59.04세 였다. 또 이들은 매달 평균 153만 원을 소비 목적으로 돈을 지출했고, 약 20만 원을 조세나 공적연금, 사회보험 등에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의 소득원은 물려받은 재산이나 배우자 등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이 벌어들인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무직가구의 소득구성을 보면, 공적·사적 이전 소득이 전체 소득의 절반 수준인 49.4%를 차지했고,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의 근로소득이 23.6%를 차지했다.
통계청은 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무직가구는 가구주로부터 직접적인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없기 때문에 배우자나 자녀 등 다른 가구원들이 돈벌이에 나서야 한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로부터의 공적 부조에만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실업률이 3% 대를 유지하는 등 안정세에 접어들었음에도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의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는 이유는 고용흡수력이 높은 건설업 경기가 좋지 않고 자영업 역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괜찮은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 통계청의 가계수지 통계에서 보듯이 무직인 가구주의 평균 연령이 59.04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기존 직장에서 퇴직한 고령자 중 상당수가 재취업에 실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구직을 단념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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