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표를 낸 박병원 재정경제부 전 차관이 지난 6일 마감된 우리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가에서는 때아닌 '모피아 부활론'이 거론되고 있다. 박 전 차관을 시작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모피아들이 또다시 금융가를 장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모피아'란 재경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재무관료 출신들이 산하 기관장을 마피아처럼 독식하는 현상을 빗대어 나온 말이다. 다분히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은 말이긴 하지만 정작 모피아들 사이에서는 '특권층'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박병원 전 차관, 모피아 부활의 일번 주자?
모피아 부활론의 불씨를 당긴 것은 다름 아닌 박 전 차관이다. 그는 재경부 차관으로 있으면서 경제정책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뿐만 아니라 박 전 차관은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대책을 총괄하는 '부동산대책반 반장'을 맡아 공급확대론을 밀어붙이면서 시민단체로부터 요주의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한 마디로 현 정부에서 '잘 나가던' 박 전 차관이 돌연히 사표를 내고 노리고 있는 자리가 다름 아닌 거대 금융기업인 우리금융지주 회장이었다. 현 정부의 실세 관료였고, 현재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 전 차관의 등장은 이번 공모에 나선 황영기 현 우리은행장 등 다른 후보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박 전 차관 이외에도 또다른 재경부 고위 관료들도 주요 금융기관 공모전에 뛰어들었거나 앞으로 더 참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모피아 러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박 전 차관의 우리금융지주 회장 공모에 뛰어든 사건이 '모피아 부활론'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유재한 재경부 전 정책홍보관리실장이 주택금융공사 사장 공모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이고, 현재 진행 중인 기업은행장과 우리은행장 공모에도 '모피아'들이 대거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가는 모피아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가, 모피아 부활 가능성에 잔뜩 긴장
아직 공모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금융가가 모피아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는 것은 그만큼 모피아의 영향력이 막강하기도 하지만 '이헌재 사단'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모피아들이 '그들만의 패밀리'를 형성하면서 금융시장 전체를 좌지우지 했던 전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진행된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금융가 관심의 초점은 수사기관이 '이헌재 사단'의 실체를 검찰이 밝혀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만큼 모피아는 금융가에서는 두렵고도 머리 아픈 존재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금융가는 일단 박 전 차관 등 모피아들이 주요 기관장 공모에 나선 이상 실력을 기준으로 공정한 기관장 선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공모에 나서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를 문제 삼기도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시민단체 "정상 아니다"
그러나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등은 모피아들이 기관장으로 선출될 경우 '낙하산 인사' 등으로 규정하면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기관장 선출을 두고 적지 않은 진통이 나타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정치성 보은인사를 포함해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현직 청와대와 재경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 정부와 여권의 실세를 등에 업은 '코드 맞추기'식 인사를 배제해야 한다"면서 박 전 차관의 기관장 공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참여연대에서 관료감시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윤태범 교수(방송통신대학교)도 "최근까지 감독·규제 기관에 있던 고위 관료가 피감독·규제 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생각을 갖는 것부터가 정상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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