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는 요즘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 등 주요 일정을 제외한 나머지 일정에 엿새 째 불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른쪽 눈에 이상이 생기기도 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무리한 일정으로 오른쪽 눈이 충혈되고 눈꺼풀이 내려앉는 등 몸이 불편한 상태"라며 "최근 박 대표가 공식 석상에 나오는 것을 자제하는 이유는 사진을 찍을 때 오른쪽 눈이 보기 안 좋게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당무 일정에 불참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일 청와대 정례회동이 불발된 이후부터. 박 대표는 이날 저녁 외신기자클럽 2008 송년의 밤에 참석하기로 한 일정을 취소했고 다음날인 4일 경북 구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최고위원회의도 감기를 이유로 불참했다.
이후 5일 '크리스마스 씰 증정식'에 불참했고 당직자 위촉장 수여식 등 당무 일정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박 대표는 전날인 8일 '미래발전방안 토론회', '농촌공사 100주년 기념식'에도 불참했다.
박 대표는 지난 8월부터 호남 등 지역을 돌며 '민생투어'에 나서고 최근 최고위원회의를 산업현장에서 주재하며 주말에도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왔다. 몸에 탈이 날만도 할 법한 강행군이었다.
▲ 8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뉴시스 |
청와대 때문에 몸 아파?
지난 3일 청와대 회동이 불발된 날 박 대표는 예고도 없이 당사 기자실에 불쑥 등장해 "나 오늘 청와대 안 가기로 했다"고 말해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날 박 대표는 "몸도 안 좋고 해서 안 가려고…"라고 말을 흐리기도 했다. 이후 계속된 질문을 외면하던 박 대표는 "두 당만 모이니 모양이 좋지 않다"며 민주당 불참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후 기자실을 나갔다. 2주에 한 번 열기로 한 대통령-당대표 정례회담도 현재 5주가 지나도록 열리지 않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
박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무기력하다는 지적은 취임 전 부터 나온 이야기다. 청와대로부터 힘을 받지 못하니 당내에서도 '영'이 서지 않는다. 원외 대표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안경률 사무총장마저도 지난 9월 "당청소통은 다채널로 가고 있다"면서 "박 대표가 원외라 한계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는 추경예산안 처리 불발로 인해 홍준표 원내대표의 입지가 약화됐던 시점이다. 김효재 비서실장, 김용태, 신지호, 안형환 의원 등 박희태 대표 특보단은 당시 보고서를 통해 박 대표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행사를 바쁘게 쫓아다니기만 하고, 청와대와 소통은 안되고 당내에선 실권이 없는 관리형 대표'라고 분석하며 '장악력 강화'를 건의했다.
하지만 지난 석달 동안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원외인 박 대표는 지방 민심 잡기, 지자체장 재보궐 선거 등에 주력해왔다. 하나같이 핵심 현안에서 먼 부분들이다. 게다가 예산 정국을 거치면서 당내 입지와 장악력을 상당히 회복한 홍준표 원내대표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홍준표 원내대표가 발언력이 크고 여기 저기 말을 많이 하고 다니니 박희태 대표에게 힘이 실릴 수 없다. 이러니 '한나라당 대표는 박희태가 아니라 홍준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희태 수난사'
한나라당 후보 경선 때 부터 이명박 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왔던 박 대표는 대선 직후에는 국회의장직에 욕심을 냈다.
야권에서도 적이 없는 편인 데에다 지역구가 경남 남해·하동인 박 대표가 총선에서 6선 고지를 점해 국회의장에 선출되는 코스는 기정사실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총선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의 유탄을 맞았고 이후 다소 엉뚱하게 당대표로 '징집'됐다.
한나라당 내에선 박 대표에 대해 "참 고생한다"는 평가가 다수다. 박 대표 본인은 내년 4월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 된 이후 18대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는 쪽에 대해 생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4월 재보선은 정종복 전 사무부총장이 버티고 있는 경주를 제외하곤 수도권과 전북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박 대표로서는 2년 임기의 '명예로운 제대'를 위해 '대표 위상 복원'에 주력할 것인지, 아니면 6선 고지에 재도전해 국회의장의 꿈을 다시 좇을 것인지 갈림길에 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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