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표자 선정 회의는 들은 적도, 참석한 적도 없다. 주민들을 편 가르기 해서 갈등을 조장하는 한전의 해명을 바란다. 또 보상안에 합의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우리 마을이 늘 하던 대로 공개적으로 합의하지 않았나. 왜 1대1로 비밀스럽게 합의했는지 해명해 달라. 주민 간의 갈등만은 일으키지 말자고 했었는데, 지금 이 사태는 편법이다." (산외면 보라마을 주민 이상운 씨)
765킬로볼트 송전탑 경과지인 밀양 산외면 보라마을이 한국전력의 보상안에 합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해당 마을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했다.
한전은 보상 대상 39가구 중 30가구가 보상에 합의했다고 7일 발표했다. 합의 과정에서 이장은 제외됐지만 협상 권한을 위임받은 마을 대표 5인과 합의했으므로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보라마을은 지난 2012년 故 이치우 씨가 송전탑에 반대하며 분신자살한 마을이다. 이 때문에 송전탑 반대 여론이 거센 마을로 꼽혀왔다.
한전의 발표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송전탑에 반대하는 보라마을 주민들은 10일 오후 보라마을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주체가 불분명한 보라마을의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미 절차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주민의 뜻을 왜곡한 불법 합의"라고 밝혔다.
이장인 이종숙(남·71) 씨는 "이장인 나도 모르는 합의 사실이 뉴스에 나와서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이렇게 오늘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다"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설명했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故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한 이후 주민들은 송전탑을 막기 위해 마을 이장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을 다 다녔다"며 "그런데 지난 7일 보라마을 보상 합의 소식이 우리도 모르게 뉴스에 떴다.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우리 마을은 이치우 어르신의 장례식날 선출된 이종숙 이장에게 송전탑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고 약속했다. 2012년 연말총회 등 총 3차례에 걸쳐 이를 확인하고 절차를 거쳤다"며 "그런데 한전은 마을 대표 5명을 선출해서 적법하게 합의를 체결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우리 마을 주민은, 농성장 당번은 누가 설 것인지 등의 소소한 문제들도 모두 주민 총회를 통해 결정해왔다"며 "그런데 다른 일도 아니고 송전탑 보상 합의라는 엄청난 일이, 부녀회장뿐 아니라 마을 이장도 모르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전은 대체 무슨 회의를 거쳐서 누구와 어떻게 보상에 합의한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송전탑 인근에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반대해봤자 뭐하냐. 돈이나 받자'는 식으로 말하며 이뤄진 일"이라며 "합의한 주민 중에 현재 마을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 송전탑에서 거리가 먼 곳에 사는 사람 등이 다수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지금까지 목숨 걸고 싸워온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고립시켜버리는 합의는 대체 누가 기획하고 주도한 것이냐"며 "우리는 보라마을의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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