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사건 가해자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피해자와 조력자에게 도리어 징계 등 불이익 조치를 내려 논란을 빚은 르노삼성자동차가 10일 노동부에 고발당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다산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개 여성·인권단체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성희롱 불이익 조치 사건에 대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 관악 고용노동지청에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자동차에 다니는 30대 중반 ㄱ(여) 씨는 2012년 4월부터 1년간 대학생 자녀가 있는 유부남 ㄴ 팀장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ㄴ 팀장은 ㄱ 씨에게 "전신 오일 마사지를 해주겠다", 집에 "놀러가겠다", "사랑한다" 등의 말을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지속적인 성희롱에 ㄱ 씨는 동료와 지인들에게 "회사 못 다니겠다, 죽고 싶다"고 호소했다.
참다 못 한 ㄱ 씨는 지난해 3월 회사에 성희롱 사실을 알렸지만, 같은 해 5월 르노삼성자동차 측은 동료들의 증언에 대해서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일부 성희롱만 인정하고 ㄴ 팀장에게 '정직 2주일, 팀장직 보직 해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오히려 ㄱ 씨는 회사에서 왕따를 당했으며, "동료들에게 강압적으로 (성희롱 피해 증언) 진술서를 쓰게 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견책 징계를 받았다. 다음 달인 10월에는 ㄱ 씨를 기존 연구직에서 다른 보직으로 전환 배치 처분했다. 전해 업무 평가에서 A 등급을 받았던 ㄱ 씨는 그해 F 등급을 받았다.
피해자의 성희롱 사실을 증언한 조력자 또한 징계를 받았다. 유연근무 형태로 일하고 있던 ㄷ 씨는 근무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일주일 정직 처분을 받았다. ㄱ 씨와 ㄷ 씨는 지난해 12월 4일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 징계' 판정을 받았지만, 이틀 뒤인 5일 사측은 보안 점검을 이유로 이들의 가방을 뒤져 또 다시 징계를 내렸다.
르노삼성자동차는 ㄱ 씨와 ㄷ 씨에게 대기 발령 조치를 내린 후 '기밀문서 유출' 혐의로 형사 고소했으며, 이들은 별도의 회의실에 출근해 대기하는 상태다.
이들 단체는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은 성희롱 피해자와 피해자를 지지한 동료 직원에 대한 부당 징계와 각종 괴롭힘 등 회사에 의한 불이익 조치가 집약된 사건"이라며 르노삼성자동차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는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해야 하며, 피해 노동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노동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13년 전체 성희롱 상담 가운데 56.35%가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었으며, 이 가운데 '불이익 조치'에 대한 사례는 35.59%에 달했다고 밝혔다. 민우회는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해도 신고하거나 대응하기 어려운 것은 회사가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각종 불이익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위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성희롱 예방 교육을 성실히 해왔고, (성희롱이) 발생하면 가차 없이 징계를 내렸다"며 "성희롱이 있었던 건 분명하고 유감스러우나, 이미 여성 변호사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1차 징계를 마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피해자가 도리어 징계를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성희롱) 민사 소송 과정에서 진술을 확보할 때 ㄱ 씨가 부하 직원에게 진술서를 강요해서 받은 게 있었고, 부하 직원이 이에 항의해서 견책을 내렸다"며 "견책은 징계 수위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밀 문서 유출(에 의한 징계)은 성희롱과 상관이 없다"며 "문서 상당수가 성희롱과 상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근로감독관을 통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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