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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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제 기사를 읽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작년 말 2014년 경제전망을 소개해하면서 국제기구와 한국 정부는 올해를 자못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세계경제는 3%대 중반, 한국경제는 3.9% 성장), 곳곳에 지뢰밭이 숨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 지뢰밭의 뇌관을 미국이 건드렸습니다. 작년 12월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기 시작해 올해 1월에도 민간 자산 구입액을 100억 달러 축소했습니다(두 달에 걸쳐 매월 9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축소). 문제는 신흥경제입니다.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양적완화, 즉 통화 증발을 하면서 풀려난 돈은 성장률과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경제로 몰려갔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양적완화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그 돈이 그나마 안전한 나라로 되돌아가면서 취약한 신흥경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죠.
2월 5일 영국의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국제결제은행(BIS)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무려 9조1000억 달러의 자금이 불과 1% 금리에 국제 자본시장에서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갔다고 합니다. 또한 2010년 이후 2013년 중반까지 신흥국 은행과 기업들이 조달한 채권 규모만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신흥국 금융시장은 연준이 양적 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추가 축소하기로 한 뒤 통화가치와 주가,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나아가서 외국으로 빠져나가려는 투자자에게 바꿔줄 달러가 없다면 외환위기가 되는 거죠.
<파이낸셜타임스>의 분류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베네수엘라가 가장 위험하고 터키와 남아공 등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사상최대의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을 기록한 한국은 금융 자체로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금융혼란으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 다시 흔들리고, 아직도 뚜렷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유럽이 위기에 빠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중국 지방정부와 공기업의 채무도 문제가 되고 있죠. 특히 중국의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진다면 수출의 50%를 동아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경제가 추락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현재 상황은 괜찮지만, 아베 총리의 다보스 연설을 보면 일본도 본격적인 역주행에 나섰고 결국 "일본은 망할 거다!"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 1월 다보스 회의에서 아베의 연설 제목은 ‘일본의 신새벽(Japan's New Dawn)’이었습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자화자찬이죠.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입니다.
아베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은 각각 금융, 재정 확대정책입니다. 그리하여 수출도 늘고 성장율도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해서 이제는 ‘일본의 신새벽’이 왔다는 겁니다. 이 기세를 몰아 세 번째 화살을 쏘겠다는 게 연설의 핵심입니다.
세 번째 화살촉에는 ‘개혁’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물론, 물 샐 틈 없이 굳은 일본의 사회체제는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수단입니다.
아베가 제시한 목록을 보면 1) 전력 자유화(liberalization. 내용이 발전과 송전 분리, 발전부문 완전 경쟁인 것으로 보아 민영화) 2) 의료 산업화. 핵심은 거대 의료공급자를 만드는 것(역시 민영화), 3) 40년 동안 시행된 ‘쌀 생산조정’ 제도의 폐지와 사기업의 농업부문 진입 허용(역시 농업 자유화) 4) 투자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예컨대 용적률 제한 폐지. 이를 통한 고급주택, 비즈니스 단지, (이산화탄소) 제로 배출 마을 건설입니다. 모조리 민영화, 자유화죠.
이런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수단은 바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입니다. 즉 개방을 통해 일본을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얘깁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닌가요? 여기에 법인세 인하도 덧붙었으니 일본도 ‘줄푸세’입니다.
한국과 다른 점도 있습니다. 여성 고용의 증대(그리고 2020년까지 30%의 leading management position에 여성을 앉히겠다), 외국노동자 허용, 사외이사의 확대와 기관투자자가의 역할 증대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죠. 이 연설에선 단 한마디 나왔지만, 노동자 임금을 대폭 올리겠다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그것도 일본 재계가 앞장서서 사회적 합의 형태로 올리겠다니, 이건 일본의 한 줄기 희망입니다.
하지만 전체 방향은 전면적 개방에 의한 민영화와 규제완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어느 사회나 꽉 쥐어 짜이면(특히 일본은 70년대 석유위기, 80년대 플라자 합의 이후 사회가 더 정교해져서 쥐어짜도 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지배집단의 특권이 강화되고 정치도 이에 완전히 포섭되어 변화가 불가능해지죠. 더구나 초고령화는 일본 사회를 완전히 수동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개혁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래로부터 새로운 공동체 정신을 북돋고 고용과 생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개혁이어야 합니다. 즉 임금인상, 중소기업 생산성 강화, 사회적 경제와 복지 확대, 그리고 생태사회로의 대전환이 개혁 방향이죠.
그 반대로 더 시장에 의존해서 단기간에 투자를 늘리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명박-박근혜에 이어 아베도 망하는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겁니다. 일본의 시민들이 이 흐름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요? 아베 말대로 동아시아의 시대가 열리는 중요한 시기에 핵심적 위치에 있는 두 나라가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아베의 연설 일주일 뒤에 스티븐 로치가 ‘미국의 엉터리 새벽’이라는 칼럼을 발표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 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작년 말의 4%에 이르는 반짝 경기는 단명으로 끝날 거라는 주장입니다.
사실 미국의 고용율은 떨어졌고 실질 임금 역시 오르지 않았습니다. 2008년 이래 미국의 빈부격차는 더 심해졌죠. 오죽하면 클린턴 시대에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임금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그러므로 현재의 미국 경기 회복은 풀려난 돈이 증시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한 것에 불과하고, 오히려 장차 거품 붕괴의 위험마저 안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셰일가스 생산 확대와 수출 증가가 경상수지를 개선한 것은 청신호입니다. 하지만 재정은 3월에도 국가부도의 경고등이 켜질 정도로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세계경제의 지뢰밭을 다시 확인하다 보니, 세계경제가 대단히 위험한 상태에 빠진 걸로 느끼실 겁니다. 국제기구나 한국정부가 호들갑 떨 정도의 경기회복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겠지만, 올해에는 이런 지뢰들이 터질 가능성 또한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세계경제 얘기를 하다 보니, 벌써 지면이 모자라는군요. 약속대로 희망적인 기사 하나를 올립니다. 북한이 세계 희토류의 3분의 2를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깁니다.
(☞ North Korea May Have Two-Thirds of World’s Rare Earths)
이 기사에 따르면, 아직은 북한이 자국의 자원을 지켜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택의 숙청 이유를 보면, 그가 중국에 북한의 국부를 헐값에 팔아넘겼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나 경제가 나빠지면 북한이 구한말 조선이 그랬듯 중국 등 외국에 광물 채굴권을 넘길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전에 남북과 동아시아가 참여하는 호혜적인 개발이 이뤄져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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