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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김용판 무죄' 굴욕…'보이지 않는 손'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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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김용판 무죄' 굴욕…'보이지 않는 손'이 이겼다

권력의 '의도' 먹혔나?…원세훈 공소유지도 김용판 재탕 우려

증거 부족으로 인한 1심 무죄. 징역 4년을 구형했던 검찰의 완패다. 검찰의 실패는 검찰 수뇌부가 수사팀을 누더기로 만들 때부터 예견됐다. 수사를 담당한 핵심 검사들을 줄줄이 찍어내고 낙마시킨 배경에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는 의심도 퍼져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6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김 전 청장이 실체를 은폐하고 국정원의 의혹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거나 허위의 언론 발표를 지시한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유력한 간접증거 중 하나인 권은희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어긋날 뿐 아니라 다른 증인들의 공통된 진술과도 배치돼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프레시안(최형락)

스스로 수사팀 해체하고 '굴욕' 받아들인 검찰…만회할 수나 있나?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은 김용판 전 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수사 및 기소 단계에서 끊임없이 작용한 외압 의혹의 예정된 결론이다.

김 전 총장을 기소한 것은 윤석열 검사가 이끌던 국정원 사건 수사팀이었다. 그러나 윤 검사는 지난해 10월 18일 검찰의 국정원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을 제기했었고, 이때문에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지금은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상황이다. 수사팀 부팀장을 맡았던 박형철 검사는 국정원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하던 중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지난달 28일 평검사 인사를 끝으로 초기 수사팀은 이제 단 한명만 남게 됐다. 국정원 수사팀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은 것이다.

'채동욱 체제' 검찰은 지난해 6월 김 전 청장 등을 기소할 당시 '구속 의견'을 냈었다. 유죄를 이끌어낼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 정부 측이 나서서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신문에 소상히 보도될 정도였다. 법무부가 여론의 부담을 무릅쓴 것이다. 결국 법무부는 '불구속 기소' 의견을 관철시켰다. 국정원 수사, 그 첫번째 외압 의혹이었다.

3개월 후인 9월 초, '채동욱 혼외자' 의혹이 난데없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감찰관 부재 상황인데도 채 전 총장을 감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채 전 총장은 옷을 벗고 나갔다. 문제의 혼외자 의심 학생의 개인 기록을 불법 열람한 '누군가'가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정보를 흘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이 사안은 검찰 수사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채 전 총장 낙마는 국정원 사건 두 번째 외압 의혹으로 받아들여졌다.

10월에는 곪았던 부분이 터졌다. 윤석열 검사와 조영곤 전 서울지검장이 정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윤 검사는 "검사장님 모시고 수사가 어렵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결국 윤 검사도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부팀장에 이어 평검사들까지 해체됐다.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건의 공소 유지 책임자와 일선 검사들이 공판이 이어지는 중간에 줄줄이 배제된 셈이다. "이렇게 되면 공소유지가 제대로 될리가 없다"는 우려들이 나왔다.

'증거 부족'은 검찰 입장에서 치욕적인 일이다. 무고한 사람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한 셈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수사팀을 다시 복귀시켜 항소심을 진행해야 맞다. 그러나 현재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 전 청장은 2012년 대선을 나흘 앞둔 12월 15일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로부터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는 보고를 받은 후에도 수사를 담당한 수서경찰서에 이를 알리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하루 뒤인 12월 16일 밤, 박근혜·문재인 대선후보의 TV토론회 직후 "증거분석 결과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이 발견되지 않음"이라는 내용의 허위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특정 후보의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이번 '김용판 무죄' 판결은 권력의 수사 개입 의혹은 물론이고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다시 환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청장과 함께 수사를 받았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도 국민적 눈높이와 다른 재판 결과가 나올 경우 대선개입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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