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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철통경계 2조 원···'전쟁터'가 올림픽 개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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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철통경계 2조 원···'전쟁터'가 올림픽 개최지?

미국은 군함 동원, 프랑스는 특수요원 파견…참가국 자구책 비상

러시아 중부 도시 볼고그라드에서는 지난해 12월 말 기차 역사와 트롤리 버스 안에서 잇따라 자폭 테러가 발생해 34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러시아 당국은 한 달 후인 지난 1월 30일(현지시각) 이들이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의 테러단원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다게스탄 내 이슬람 세력들이 소치 올림픽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올림픽 개막을 한 달 남짓 앞두고 벌어진 이 사건 이후 참가국들은 자국 선수단 안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올림픽위원회는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자국 선수단에게 경기장 밖에서는 단복을 입지 말라고 권고했다. 영국올림픽위원회 역시 안전 문제 발생을 우려해 단복을 입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 지난해 12월 30일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무궤도 전차 버스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 전날 기차역사 테러와 연이어 발생했다.ⓒAP=연합뉴스

호주올림픽위원회는 자국 선수단에게 소치 여행 금지령을 내렸다. 위원회는 올림픽선수촌 등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 여행하는 것을 자제하는 내용의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선수단은 올림픽 폐막일까지 러시아에서 지정한 별도의 안전지대 밖을 여행할 수 없으며 공식 올림픽 교통수단 외에 다른 교통 시설을 이용할 수도 없다.

한편으로는 보안 기관을 이용해 직접 선수단 보호에 나서는 국가도 있다. 프랑스는 단복에 대한 별도 규정은 마련하지 않았지만 경찰과 특수 헌병대를 소치 현지로 파견하기로 했다. 소치 올림픽위원회가 선수들을 보호하는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은 한술 더 떠 군대까지 동원하겠다고 나섰다. 올림픽 기간 내내 소치와 가까운 흑해에 자국 군함을 띄워놓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3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에 “미국 군함 '마운트 휘트니'(Mount Whitney)와 '유에스에스 레이미지'(USS Ramage)가 내일이나 모레께 흑해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함정들은 올림픽이 끝나는 오는 24~25일까지 흑해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단, ‘야간 외출 통제’

정부 역시 선수단의 안전 대책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 관련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1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대한체육회,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은 합동 회의를 열어 선수단 안전 대책을 점검했다.

우선 대한체육회는 소치 현지 선수단을 포함해 대표단 전원을 대상으로 올림픽 기간 내내 매일 안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대표단의 야간 외출도 통제되며 이동할 때는 공식 차량을 이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선수단 지원센터인 ‘코리아하우스’에는 현지에서 전문 보안 업체 요원을 고용해 관계자 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외교부는 선수단뿐만 아니라 경기 관람을 위해 소치를 방문하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소치 현지에 영사사무소를 개설했다. 외교부와 주러시아대사관, 경찰청 등의 인력으로 구성된 영사사무소는 올림픽 기간 중 생기는 안전 문제를 비롯해 각종 불편사항을 접수 및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영사사무소는 러시아 정부뿐만 아니라 소치 현지 선수촌 상황실, 문체부 종합상황실 등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 소치에만 5만 명 경찰 병력 배치

대회를 개최하는 러시아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림픽 출전 대표단과 관람객들을 보호하는 것이 개최국 올림픽 위원회의 임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 일어난 두 번의 테러는 러시아 당국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우선 러시아는 소치를 중심으로 가로 70킬로미터, 세로 100킬로미터 지역을 ‘강철 고리(Ring of steel)'라고 불리는 특별경계구역으로 설정했다. 또 5만 명의 경찰과 연방보안요원을 배치해 테러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이같은 안전 대책에 들어가는 비용만 20억 달러(한화 약 2조 144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소치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3일 소치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곳에 오기 전에도 확신했고 지금도 여전히 장담한다”면서 테러 위협에 별다른 피해가 없다고 장담했다.

그는 또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뒤 2002년에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은 엄청나게 보안이 강화된 속에서 열렸지만 대회 분위기는 참 좋았다”며 “소치올림픽도 아주 성공적으로 치러질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문제 없다고 하지만···끊이지 않는 테러 암시

러시아와 IOC가 나서서 올림픽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테러 위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에이피>통신은 지난 5일 오스트리아올림픽위원회가, 자국 선수들을 납치하겠다는 협박 편지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익명으로 쓰인 이 편지에는 두 명의 오스트리아 여자 선수를 소치에서 납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 19일(현지시각)에는 이슬람 반군 세력이 소치 올림픽을 겨냥한 테러 협박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은 동영상에서 “만약 올림픽이 열린다면 깜짝 선물이 있을 것”이며 “올림픽을 찾는 여행객들에게도 선물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올림픽 때 테러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쯤 되니 소치가 과연 ‘국제평화의 증진’이라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곳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당장 개막식부터 테러의 위험에 노출돼있는 소치 올림픽은 국제평화는커녕, 올림픽 기간 동안 평화를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2007년 개최지 선정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의 평창을 비롯한 경쟁 도시에 비해 2배가 넘는 예산을 제시하면서 IOC 위원들의 표를 끌어모았다. 푸틴의 120억 달러 예산은 테러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러시아의 불안정한 내부 상황보다 훨씬 큰 위력을 발휘했다. 올림픽 정신 대신에 자국과 자신의 위상을 선택한 푸틴과 더 많은 자금을 선택한 IOC 위원들이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테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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