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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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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법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편집국에서] 개미들의 밑 빠진 독…'빚수래 빚수거'

최근 포털 사이트에서 격렬한 반응을 일으킨 기사가 있다. <머니투데이>의 '빚수래 빚수거' 기획이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도 버거운데 결혼, 출산, 주택마련, 자녀 대학 진학 등 목돈 들어가는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빚은 쌓이기만 한다"는 이른바 '적자 인생'을 조명하고 있다.

'가구주 연령계층별' 신용 부채 상세 현황을 보면 나이에 따라 어디에 목돈이 필요하고 대출을 받게 되는지 알 수 있다. 20대에는 주로 전월세보증금(46.8%) 마련을 위한 대출이 가장 많았고, 30대에는 생활비 대출(24.3%)이 가장 많았으며, 40~60대는 사업자금 대출(35.5%~45.1%)이 가장 많았다.

연령대를 좀 더 세분화해서 분석해 보면 대출 사유의 흐름은 이렇다. 20대가 되면 가장 먼저 학자금 대출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되면 결혼을 하면서 주택자금 대출을 받게 되고 아이를 낳으면서 육아 비용으로 인해 생활비 대출 비율이 높게 된다. 40대에는 직장에서 이탈이 시작되면서 사업자금 대출이 늘기 시작하고 50대에는 사업자금 대출 비율이 45.1%로 뛰어 오른다. 40~50대의 생활자금 대출 비율(23.5%, 16.8%)도 결코 낮지 않다. 아이들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 대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성인이 되면서 학자금 대출로 시작된 '빚의 굴레'가 '전세자금 대출', '생활비 대출', '사업자금 대출'로 이어지면서 악순환 고리에 빠져드는 셈이다. 열심히 일을 해도 월급날이면 은행에서 카드 대금, 이자, 원금 상환으로 꼬박꼬박 돈을 빼간다. 내가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 은행을 위해 일하는 것인지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적자를 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흑자를 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 적자 순환 구조를 거꾸로 뒤집어 보면 한국 사회에서 돈 버는 사람들이 누군지 명확해진다. 대학생들은 시간을 쪼개 최저임금에 불과한(혹은 못 미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출까지 받아 대학에 돈을 낸다. 대학만큼 확실한 장사가 있을까.

30대에 접어들 무렵 결혼을 하고 집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수도권 집값은 평균임금 수준의 노동자가 15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내집 마련이 가능할 정도로 비싸다.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얻는다. 두 채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 소유자가 136만 명이다. '부동산 신화'가 깨지고 있다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집 가진 사람이 '갑'이다. 정부에서는 집값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요즘 애를 낳기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이다. 맞벌이를 하다보니 기본적으로 양육비가 많이 든다. 많이 낳기도 힘들어 하나 낳으면 애지중지 키운다. 이왕이면 좋은 어린이집 보내고 좋은 음식 먹이고 좋은 옷 입히고 뭐든 좋은 걸 해주고 싶다. 육아·유아 시장은 출산율 저하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면서 시장에 풀리는 돈도 늘어나고 있다.

아이가 크면서 자연스럽게 사교육 시장에 편입이 된다. 초등학생 시절(일부는 취학 전)부터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린다. 어릴 때부터 학원에 익숙한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돼서도 학원이 익숙하고, 대학생이 돼도 어학이다 뭐다 해서 학원비 쓰는 데 거부감이 적다. 부모들은 대출까지 받아서라도 아이들 '사교육 레이스'에 탈탈 털어 넣는다. 학원이 없는 시골 마을에서도 '학습지'를 구독시킨다. 고작 하는 정책은 "밤 10시 이후 학원 금지" 정도다.

마흔이 넘어가면 자의든 타의든 직장에서 밀려나는 샐러리맨들이 늘어난다. 저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사무실을 얻어 회사를 차리거나 가게를 얻어 장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내 사업'을 시작해도 갑을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부동산 임대업자들이다. 새로 들어온 가게가 장사가 잘 된다 싶으면 임대료를 올리면 된다. 새 사무실에 들어온 회사가 망해도 새로 들어올 사람들은 많다. 지난 10년 '홍대' 상권이 급속도로 성장을 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려와 카페를 차리고 수공예점을 열어 상권을 일궜으나 결국 임대료가 올라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결국 진정한 '갑'은 '건물 주인'과 '인테리어 업자'다. 요즘 결혼하기 제일 좋은 집안은 대학교수도, 판검사도 아니고 '강남에 빌딩 가진 집'이라고 한다.

60대가 넘어 은퇴를 한 나이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100세 시대라고 한다. 은퇴한 뒤에도 30~40년을 더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실버산업'이 점점 떠오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노인들이 궁핍해 실버산업의 성장세가 더디지만 베이비부머들이 70대에 접어들면 실버산업도 급성장하리라는 전망이 많다. 노인들은 평생 번 돈을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실버산업에 쏟아 부으리라.

한국 사회에서 결국 돈을 버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감이 오시나?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이 모이는 곳에 가야 한다. 게다가 가만 있어도 사람들이 불합리한 줄도 모르고, 혹은 어쩔 수 없이 기를 쓰고 돈을 벌어다 바치는 곳이 있다. 개미들이 평생을 일해 번 돈이 이렇게 빨려 들어가고 있다. 물론 이 먹이사슬의 최정점에는 은행들이 있다. 몇몇 은행가들이 욕심을 부리다 파산을 맞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쥔 은행이 최종적인 승자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대학 등록금, 높은 부동산 비용에 따른 주거 불안정, 부담스러운 양육비, 헤어나지 못하는 사교육의 굴레, 불안한 직장과 노후 걱정.

이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런 '빚수래 빚수거' 구조는 점점 심화 되고 있다. 그런데도 위정자들은 '복지'라는 구호 뒤에 숨어 땜질 처방 정도나 내놓고 있다. 그나마 '반값 등록금', '기초 연금' 논의도 쏙 들어가거나 후퇴 일색이다. 도대체 박근혜 정부의 '어젠다'는 무엇인가? 새해부터 들리는 얘기는 '철도 민영화', '의료 영리화', '공기업 구조조정', '통일은 대박' 뭐 이런 얘기 뿐이다.

고통마저 일상화 돼 가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다"라는 소리도 잘 들리지도 않는다. "나라를 완전히 뜯어 고치겠습니다!"라고 호기라도 부리는 정치인도 안 보인다. 혹시 나만 빼고 다들 살만해서 그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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