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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스스로 무덤 판 주민들에게 국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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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스스로 무덤 판 주민들에게 국가란?

송전탑 공사 재개, 고립된 밀양의 힘겨운 싸움

밀양 송전탑 공사가 2일부터 재개됐다. 막아서는 주민들의 얼굴은 여전히 강경했다. 목에 쇠사슬을 묶고 길을 막는가 하면, 찬 새벽에 산 속에서 노숙을 하기도 하고, 경운기와 트랙터로 공사장 입구를 막은 채 움막 안에 무덤을 파 놓고 버티기도 했다. 곳곳에 자살을 암시하는 밧줄이 내려와 있었다. 상동면의 경우 감 수확철이었지만 한 해 농사를 포기하고서라도 공사를 막아내겠다는 노인들이 산 깊은 공사장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수시로 일어나는 마찰에 고령의 주민들이 실신하거나 부상당하는 일이 속출했다.

이토록 처절한 반대는 이들의 존재의 문제와 연결돼 있었다. "우리가 늙고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다고 무시하는 것 아니냐", "우리는 국민이 아니냐"는 말이 이들의 처절한 싸움을 설명했다. 다수를 위해 희생을 감당하라는 국가의 시대착오적 논리 앞에서, 그 논리와 절차가 부당함을 증명하지 않으면 보상금 몇 푼 더 받고 싶어 안달난 사람이 돼 버릴 상황에서 이들의 싸움은 더 절박했다. 그들이 보호받아야 할 국민인지 다수를 위해 희생되어도 좋을 국민인지를 확인하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밀양은 고립돼 있었다. 올 겨울 전력난을 우려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오랜 싸움에 여론도 식을대로 식은 상태. 한전과 밀양시청은 어느 때보다 집요하게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나이 든 주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있었다. 후보시절 다 해결해 줄 것처럼 말하고 떠난 '거짓말 대통령'에 대한 체념 혹은 노골적인 배신감이 증명하듯 밀양 주민의 삶은 국가의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다.

현재 밀양은 국가와 국민 사이의 전쟁 상태에 있다. 국가의 지배 논리, 원전의 논리가 주민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국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전쟁에 임한 밀양 주민들의 절박하고 결연한 얼굴들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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