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울음의 반복이었다. 마냥 기쁘지도 마냥 서럽지도 않았다. 202일의 종탑 농성을 마치고 내려오는 두 사람의 표정이 그랬다. 그토록 원하던 것을 얻었다는 기쁨은 당연히 가져야 할 것을 갖지 못했다는 설움에 묻였고, 회사를 굴복시켰다는 쾌감은 오랜 시간 깊게 패인 상처 때문에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좋은 선례를 남긴 의미있는 싸움이었지만 깊은 고통과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5년 8개월을 끌던 재능교육 사태가 노사 합의로 종지부를 찍던 26일, 202일 동안 고공 농성을 벌이던 오수영, 여민희 씨도 종탑을 내려왔다. 지난 2월 해고자 전원 복직, 단체협약 원상 회복 등을 요구하며 서울 혜화동 성당 종탑에 오른 두 사람은 결국 대부분의 요구안을 관철시키고 이날 오후 3시 농성을 풀었다. 재능교육 사태 2076일째, 종탑 고공농성 202일째인 이날을 끝으로 긴 싸움을 접고 다시 세상에 내려가는 두 사람의 복잡한 표정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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