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소풍 같았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만든 아트카가 시민에게 공개된 7일 오후, 모터쇼가 열린 서울광장에는 가족·연인 단위로 찾아온 밝은 표정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날씨가 좋았고, 가수 이한철과 자전거탄 풍경, 허클베리핀의 노래가 좋았다고는 해도 그렇게 여유 있고 쾌활한 집회는 보기 어려웠다. 경찰도 분위기를 깨지 않았고, 딱딱하고 진부한 구호도 등장하지 않았다.
광장을 빙 둘러 장기투쟁사업장들의 부스가 줄지어 섰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은 마치 동료처럼 어울렸다. 가장 괴롭고 억울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지만 분위기는 놀랍도록 유쾌했다. 작은 천막들이 광장을 에워쌀만큼 현안은 다양했다.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출판사들이 또 한 쪽에 매대를 세웠다. 책 판매 수익금은 쌍용차 해고자를 위해 적립한다고 했다. 어디서도 위로보다는 응원이었고, 눈물 대신 낙관이었으며, 초조함 대신 여유로움이 보였다.
싸울 줄이나 알았지 노는 건 모를 줄 알았다. 울 줄만 알았지 웃는 법은 잊었나보다 했다. 한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들이 웃고 노는 건 싸우면서 배운 또 다른 싸움이었다. 유쾌함이 반가웠지만, 이들에게 괴로움을 웃음으로 승화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세상은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H-20000 프로젝트 모터쇼가 열린 광장의 표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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