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보였다. 가슴에 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이는 자고 있고 여자는 서투른 팔뚝질을 따라한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지치고 절박한 눈빛. 불안한 얼굴로 광장에 서 있던 그는 아이가 깨기 전 무슨 말을 광장에 털어놓고 싶었을까? 아이가 깨어났다면 왜 그곳에 서 있노라고 말했을까?
메이데이. 이 시대 노동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얼굴들이 광장에 모였다. 묵묵부답의 현실을 돌아 배제되고 거절된 몸을 끌고 행진해 온 얼굴들은 한결같이 돈의 어두운 풍속을 증언하고 있었다.
먹튀 자본과 정리해고 문제로 2009년부터 24명의 희생자를 낸 쌍용차 사태의 주인공들이 그랬고, 특수고용 문제와 노조 파괴로 해고돼 복직을 요구하다 성당 종탑에 올라선 재능교육 사람들이 그랬다. 사내 하청·불법 파견 문제로 고공농성 중인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그랬고, 의료 공공성을 포기한 경상남도가 폐업시킨 진주의료원 사람들 역시 그랬다. 무자비한 재개발에 저항하다 가족을 잃고 옥살이까지 한 용산참사 철거민의 얼굴도 보였다. 하나 같이 망루에 올라 절박한 싸움을 벌인 얼굴들이 거기 있었다.
정리해고 혹은 비정규직 문제로 갈등을 겪는 장기투쟁 사업장은 전국에 수십 곳이다. 노조 파괴를 노린 용역업체의 횡포로 신음한 유성기업과 KEC 같은 기업도 있다. 체불임금으로 몸살을 않는 건설노조, '무노조 삼성' 원칙에 노조원을 미행까지 한 에버랜드, 먹튀자본의 희생자가 된 외환은행과 골든브릿지, 하청과 열악한 근무여건이 문제가 된 청소노동자들도 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알바생, 특수고용 문제의 퀵서비스맨과 화물차 운송노동자들은 또 어떤가?
1일은 메이데이(노동자의 날)였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가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1만 명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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