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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과 '부끄럽지 않은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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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과 '부끄럽지 않은 밥'

[포토스케치] 170일 파업 끝내고 업무 복귀 결정한 MBC 노조

MBC가 17일 파업 중단과 업무 복귀를 결정했다. 김재철 사장 퇴진이나 공영방송을 위한 장치 마련 등 어떤 요구도 관철시키지 못했지만 노조는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해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가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명분이다. 물론, 김재철 사장의 해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과 MBC의 정상화를 노사 양측에 촉구한 여야간의 합의문 도출에 대한 기대감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8월초 구성되는 방문진 이사회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MBC 정상화를 위한 복귀 투쟁 선포식'이 열렸다. 노조원들은 파업 중단에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지만 방송사 파업 사상 가장 길었던 이번 파업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이기도 했다. 정영하 위원장은 "MBC에 공영방송을 해치는 낙하산 사장이 들어오면 노조가 어떻게 하는지를 보여준 파업이기도 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고참급인 '오라누이' 조합원을 대표해 앞에 나선 최승호 피디는 "170일간 싸우는 동안 세대와 부문을 뛰어넘어 하나가 됐다"며 "그 하나된 모습이 MBC의 밝은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결된 마음이 끝까지 이어진다면 기필코 MBC를 다시 일으키고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식지 않은 투쟁 의지를 보였다. <피디수첩>의 간판이었던 최승호 피디는 파업기간 중 해고당했다.

이 자리에는 외부 인사들도 참석해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MBC 파업콘서트를 기획하기도 한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우리가 언제 한 번이라도 완벽하게 이긴 적이 없었던가"라고 묻고, "그렇다고 한번이라도 완벽하게 져본 적도 없었다"며 노조원을 위로했다.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어려움과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으니 지치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일간 3500만원을 모금하는데 앞장 선 시민 강보라씨도 참석했다. 그는 "밥을 내려놓고 싸우는 모습에 위로를 보내고 싶었다"며 모금 당시를 회상했다. "굶느냐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밥을 먹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밥을 먹일 수 있는 분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 언론 파업의 경험이 있는 권영길 전 의원은 "MBC가 11번 파업했으니 우리나라에서 파업을 가장 많이 한 언론사이면서 세계에서도 가장 파업을 많이 한 언론사일 것"이라고 말해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권 이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공정방송을 위한 싸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여러분에게 승리는 '170일을 싸워도 안되더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대 앞에는 75만여명의 시민들이 서명한 '김재철 사장 구속수사 촉구 청원서명서'가 쌓여 있었다. '대국민 선언문'에서 노조가 밝혔듯, 파업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국회와 정치권을 움직여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낸 것도 국민의 뜨거운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미였다. 참석자들은 서명지에 고개숙여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웃을 수는 없지만 울 일만도 아닌, 끝나버렸지만 아직 끝나지는 않은, 희망도 절망도 말하기에 성급한,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복귀 투쟁 선포식 현장이었다. 지난했던 파업과 '부끄럽지 않은 밥'에 대해 생각했던 MBC 조합원들의 파업 마지막 날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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