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제주도소년원에서 특강이 있었다.
강당에 들어서는 순간 '헉~~'하고 숨이 막혀왔다.
나보다 훨씬 큰 키. 여드름 자국 가득한 얼굴을 한 두툼한 목소리의 20여명의 남학생들이 앉아서 일제히 나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진땀이 먼저 났다.
그 시간도 잠깐.
처음에는 도저히 두 시간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친구들이
진지해져 온다.
조용해져 온다.
안양소년원 친구들 사진을 보면서, 그들의 책을 보면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빛이 된다.
겉모습만 어른이지 칭찬해주면 금새 활짝 핀 벚꽃,
조용히 타이르면 금새 길 잘들인 치타가 된다.
20여명의 친구들에게 간단하게 카메라 조작법을 알려주고 봄빛이 충만한 운동장으로 나갔다. 간단히 카메라 조작법 알려주고 '찍는 법'이 아닌 '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모든 사물이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 때까지 바라다 보는 법.
오래, 고요히, 천천히 바라다 보면서 눈으로 사색하는 법.
남자 친구들이라 해서 다 거칠고, 난폭할 줄 알았는데 카메라를 들고 운동장 구석구석 다니며 나름대로 진지하게 찍는 모습을 보니 그 외모의 투박함 안에 여린 연두빛 봄풀 같은 감성이 숨어있었다.
돌을 보는 친구들,
하늘을 보는 친구들,
꽃나무를 보는 친구들,
빈 의자를 보는 친구들,
숨겨져 있었던 감성들이 삐죽삐죽 솟아나면서 그들의 얼굴에는 수줍은 소년의 미소가 번진다.
사진만 보면 누가 남학생이 찍었다고 하겠는가?
그 거칠고 투박한 외모 안에 저렇게 여리고 여린 감성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들도 다르지 않다.
그들도 꼭 같다.
마음속에 솜털 같은 감성이 있고, 마음속에 태양 같은 빛남이 있다.
단지 우리 어른들이 잘 못 볼 뿐이다.
어른들이 이 친구들을 자세히, 오래 , 깊이 들여다 봐야 된다.
그러면 그들의 눈빛이 고요해지고, 그들의 미소가 환해져 온다.
마음을 열면 열리게 되어 있으므로...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소년원 아이들이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사)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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