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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졸업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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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졸업식 풍경

[포토스케치] "오늘 밀가루 뿌리면 체포래, 진짜?"

1. 작별

"선생님 저 졸업하긴 하네요"
"자느라고 별로 못봤는데 졸업하냐?"

짧은 대화 이후는 사연 많은 눈빛과 웃음 뿐이다. 익숙한 사제지간에 악수는 영 익숙지 않다. 16일 서울 장충고등학교의 졸업식 마지막 순서는 졸업생 전원이 선생님들과 작별 인사하는 것이었다. 계속된 작별의 말에 감상에 젖은 선생님이 보였고, 선생님에게 와락 안기는 아이가 여럿 보였다. 우는 아이는 없었다. 우는 선생님도 없었다. 우는 학부모는 있었다.

2. 대학

정문 옆 게시판. 수시합격자 명단이 붙어있다. 사진 찍느라 바쁠 학부모들이 꽤나 몰렸다. 혹시나 아는 아들 친구 이름을 찾는다. 명문대에 몇 명이나 붙었는지 세기도 한다.

"야 졸업 축하한다. 너 어떻게 됐냐?"
"저 서울대 붙었어요"
"진짜 잘됐네. 나중에 잘되면 우리 00이 좀 잘 봐줘. 알았지?"

모든 고등학교 졸업식이 졸업만을 축하하는 자리는 아니다. 그래서 모든 아이들이 졸업식에 오는 것도 아니다.

3. 경찰

"오늘 밀가루 뿌리면 바로 체포래"
"진짜?"
"왜?"
"진짜?"

정문 앞 경찰을 발견한 아이들의 대화. 정부의 학교폭력 엄단 방침에 경찰차 3대, 제복입은 경찰관 4명이 보인다. 어디서도 밀가루는 없었다. 선생님들은 혹시나 생길지 모를 사고 예방을 위해 학생들의 교실 출입을 막고 곳곳에 요원처럼 서 있다.

이날의 졸업식은 평범했다. 졸업을 '하긴 하는' 아이와 식장에서 울컥한 학부모의 속 모를 사연이 그랬고, 서울대에 간 아이와 그 아이를 부러워하는 학모부의 표정이 그랬다. 아이들이 안기던 젊은 선생님의 인기도 기억 속 졸업식을 재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교문 앞 경찰관의 매서운 눈빛이 '오늘'의 '평범한' 졸업식 요건을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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