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시작했던 일이 어느덧 4번째 전시를 앞두고 있다.
늘 그렇듯 전시를 앞두고 내 방 벽에 친구들의 사진으로 도배를 했다,
그리고 전시 끝날 때까지 틈만 나면 보고 또 본다.
오랜 시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두려움은 기대감으로, 기대감은 두려움으로 바뀌는
묘한 감정의 교차를 느낀다.
전시란 그동안 열심히 작업한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과 혹은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시간들을 통해 마음의 근육이 더욱 단단해짐을 알기에 전시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벽에 걸린 사진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사진들이 가능할까?
싶게 잘 찍은 사진들이 있다.
좁은 공간에서만 찍다가 처음으로 제주에 2박3일 사진여행을 다녀와서
그런지 사진들이 다양해졌다.
항상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전시가 가능한 이유는 친구들이 사진을 통해 조그만 희망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선생이란 무엇을 가르치는 위치가 아니라는 것을 수업할 때마다 느끼곤 한다..
오히려 저에게 선생은 그들이었다.
자유로운 시각, 통통 튀는 상상력, 발랄하고 재치 있는 생각과 열정, 이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굳어있던 심장을 그들이 뛰게 만들었다.
차가운 가슴을 그들이 뜨겁게 만들었다.
늘 생각지 못했던 결과물 앞에서 어쩌면 이런 극한 환경이 오히려 그들의 시각을 더 자유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사진작업하는 사람들에겐 최악의 환경이라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서 똑똑히 보았다.
제한된 공간에서 시각이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를..........
제한된 공간에서 상상력은 또 얼마나 커질 수 있는가를..........
사진기는 근대가 만들어낸 놀라운 기계이다.
하지만 그 기계를 통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눈이며 영혼이다.
인간이 만든 기계 중에 사진기처럼 인간의 영혼을 불어넣어야만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나는 사진의 힘을 믿고 있다.
그 힘이 인간의 감성에 살며시 다가와 조용한 혁명을 일으킨다는 것을....
네 번째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소통을 향한 그들이 전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이 되길 간절히 빌어보는 밤이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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