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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과 열림,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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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과 열림, 그 사이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18> 고낙엽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과 공감한다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머리로 하는 이해,
가슴으로 하는 공감.
그래서 이해하기는 쉬우나 공감하기는 어렵다.

이해는 간혹 오해를 동반한다.
이해한다고 해놓고서는 나중에 오해로 싸움이 번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관계가 쉽지 않다.

타인을 공감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람의 살아온 역사 안에 들어가서 그의 상처, 살아온 흔적, 관계 등...
세심한 눈길로 바라보았을 때 공감이란 정서가 그나마 생긴다.

타인을 공감했을 때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
타인에 대해 미움 섞인 비난이 아니라 애정 어린 비평이 가능하다.

나는 이 친구들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는 걸까?
가끔 내 자신에게 묻는 말이다.
여기까지 오게 된 이 친구들의 삶의 역사에는 어떤 굴곡진 사연들이 있을까?
호기심으로 친구들의 마음을 두드려본다.

삐걱, 삐걱 마음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아마 나와 그 친구들 사이에 카메라라는 동아줄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 시간까지 이러한 작업들이 가능했을까?

우리는 서로의 가슴을 드러내는 일에 서툴다.
아마도 드러냄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드러내는 순간 서로의 가슴이 열린다.
가슴속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향기가 나기 시작하고 관계가 아름다워지기 시작하는 정점에 다다른다.

처음에는 이 친구들이 사진을 잘 찍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가슴을 열고 나의 마음을 내밀었을 때 나는 알았다.
사진은 잘 찍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잘 드러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나는 더 이상 이 친구들이, 사진을 잘 찍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에 자신의 마음이 잘 번졌으면 좋겠고 그 번짐이
굳게 닫힌 세상의 문을 열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에 꽃을 피우게 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이 닫힌 공간 안에서 카메라를 통한 작은 몸짓이 번짐이 되어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소통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두드림과 열림 그 사이에 꽃이 핀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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