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거주가 불확실한 도시 빈민을 이주시켜 만든 포이동 '재건마을'. 이 사연 많은 판자촌에 화재가 난 지도 열흘이 넘었다. 주민대책위는 2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방치됐던 화재현장을 걷어내고 주거 복구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구청이 제안한 임대주택 입주 거부의사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화재 후 강남구청의 이주 권유가 주민들을 해산시키기 위해서라며, 주민들이 흩어지면 마을은 재개발이 시작돼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재 이후에도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고 대책위 가건물에서 지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말대로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이 마을에 재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또 강남구청이 주민들을 임대아파트에 이주시키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실제로는 거주지에서 너무 멀거나 낙후된 지하 방 등으로 이주시키려 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불 타 쓰러진 집을 치우면서 사람들은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구석에 가서 울다 오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잿더미에서 불에 타다 만 앨범을 찾아낸 한 주민은 사진 속 신랑, 신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연을 털어놓으며 울었다. 토지변상금을 내지 못해 고물 수집에 쓰던 자동차를 압류당한 김천복씨는 생계 수단을 잃고 지병인 진폐증까지 앓는 자신을 돌보느라 고생하던 아내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2005년 6월 목을 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남편이 떠난 것에 충격을 받은 부인 임경숙씨도 두 아들을 남겨두고 한 달 후 남편을 따라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제 장마다. 포이동 주민들에게 유난히 길고 지루할 올해 장마의 첫날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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