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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의 폐허보다 무서운 것은…

[포토 르포] 일본 대지진 재난 현장의 보이지 않는 공포

쓰나미가 휩쓴 폐허의 처참함보다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는 공포였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 유출이 현실화되면서 피해주민들은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워야 했다. 불안한 사람들은 공항으로 밀려들었고, 멀리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도시로 이동했다. 미야기현과 이와테현의 호텔은 모두 만실이었다. 이마저도 어려운 사람들은 대피소에서 얇은 마스크 한 장을 쓰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공포를 키운 또 하나는 정보의 결핍과 과잉이었다. 재난 지역의 통신 두절로 사람들은 잃어버린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가족을 찾는 메모가 대피소 여기저기에 붙었고 관공서에는 행방불명자를 파악하는 접수대가 마련됐다. 반면, TV는 종일 지진과 쓰나미의 현장을 보도했고, 라디오는 사망·실종자수를 늘리기에 바빴다. 원전 폭발로 방사능 유출이 우려된다는 보도는 끝없이 반복됐다. 꼭 알아야 하는 정보의 결핍 속에 불안한 보도가 종일 들려오는 상황에서 대피소의 불안과 긴장은 유지됐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망가진 생활만큼 무서운 것도 없었다. 식당은 식재료를 공급받지 못해 문을 닫았고 같은 이유로 편의점의 진열대는 텅 비었다. 주유소의 기름이 바닥났고 기름이 남아 있는 주유소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차량행렬이 늘어섰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가 거리를 채웠다. 먹을거리가 남아 있는 상점에도 긴 줄이 섰다. 난방류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빈 통을 들고 전전했고 전기가 끊긴 곳은 캄캄한 밤을 맞아야 했다. 어렵게 들어오는 전기는 불안정했다. 이 와중에도 폭설은 어김없이 내렸다.

생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좀처럼 눈물도 흘리지 않을만큼 공포는 슬픔 위에 있었다. 대비한 재난이면서도 전혀 대비할 수 없었던 재난이었음을 깨닫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런 재앙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사실과 이런 망가져버린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사실은 이들을 끝없는 공포로 밀어넣고 있었다. 열악한 대피소에서 스트레스와 허기, 추위에 떨다 죽은 사람은 20일 현재 확인된 것만 27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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