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자랑스럽게 '1등 기업'에 입사했다. 국가 경제의 효자라던 반도체를 만들었다. 이들은 눈부시게 하얀 방진복을 입고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백혈병과 림프종 등의 혈액암 판정은 절망적이었다. 방진복은 병으로부터 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그 '1등 기업'은 발뺌했다. 국가는 병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치료를 포기하고 짧은 생애를 마감한 동료들의 이야기가 속속 들려왔다. 억울한 사연과 고된 싸움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저 하얀 옷을 입던 순간, 저 옷을 입었다고 좋아하며 사진을 찍던 순간의 자랑스러움이 아픔과 절망과 배신감과 환멸로 바뀌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매 순간 고비를 넘기고 있을 그녀들의 꽃다운 삶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을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 21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삼성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인사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정래 소설가 등 536인이 선언에 동참했다. 이 선언에 뜻을 같이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앞으로 '삼성 사회책임 범국민 선언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백혈병'으로 대표되는 반도체업체 근로자들의 직업병 산업재해 인정 여부는 지난달 25일 첫 공판과 함께 법원으로 넘어갔다. 2차 공판은 12월 27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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