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대하여
요즘처럼 청명한 가을 하늘이면 사람들은 천고마비를 떠올린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구나. 그러면 우리는 또 독서를 떠올린다. 하지만 예전 중원에 살던 농민들은 "이제 흉노의 말이 살쪘으니 우리 추수한 것을 빼앗으려 쳐들어 오겠구나"라 했다. 고대 실크로드의 전쟁은 땅을 빼앗는 목적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는 그곳에서 일하는 인간을 탈취하는 것이 목표였다. 노동력의 확보인 것이다. 특히나 유목이 대표 산업인 흉노도 중국인 노예를 활용해 농사를 짓고 돼지를 기르기도 했다. 약탈 경제는 이것 모두가 문제가 생겼을 때 행하는 전쟁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란저우를 지나 간쑤성의 하서회랑 초입의 도시 우웨이는 흉노의 거주지였다. 이곳을 한나라의 무제가 접수한 후 장예, 주취안, 둔황과 더불어 황허의 서쪽, 하서 사군이라 했다. 비로써 중국의 판도에 들어 온 것이다. 특히나 중원에서 가까운 우웨이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유목민과 정주민이 일대 공방전을 벌이며 초원이냐 농지냐를 두고 싸운 것이다. 초기 흉노의 막강한 기마군단에 밀리던 한나라는 결국 페르가나의 천마를 얻어 자신들도 기마병을 키워 흉노를 몰아낼 수 있었다.
늘 전쟁이 일어나는 접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늘 마음 졸이고, 공포는 일상이 되었을 것이다. 흉노의 선우와 중원의 황제 사이에서 갈등하고 눈치 봤을 것이다. 삶은 고단해지고 일하기 역시 싫었을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 한동안 우웨이는 공백상태로 남게 된다. 지금도 고비 사막의 언저리에서 바람에 쓸려 무너져 내리는 저 성채마냥 전쟁은 인간을 황폐하게 한다. 전쟁이 생산력을 향상시키던 시절은 오래전에 끝났다. 전쟁보다 평화가 더 생산성을 높여준다. 그런데도 인류가 끊임없이 전쟁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은폐된 약탈이거나 정권의 안정을 위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다 마찬가지이다.
이상엽 /사진가,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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