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땅들에게 그 땅의 흙눈들에게
여린 풀포기 하나, 감자 한 톨, 벼 한 포기에게...
누군가의 직선을 위해 당신의 가슴을 파헤쳐도 좋겠냐고...
-송경동 시 <너는 그에게 물어보았니>중에서
굽은 강 가에는 일렬로 붉은 깃발이 꽂혀 있었다. 강 위로 누군가의 직선이 반듯하게 그어지는 광경을 두 눈으로 바라보는 일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땅으로 고개를 떨군 농군의 얼굴을 보는 순간도 그랬다. 말라가는 쑥부쟁이와 뽑혀나가는 미나리꽝 위에도 그 직선은 아주 반듯하게 그어져 있었다.
강으로 떠난 10명의 사진가. 그들은 강과 그 위의 생명들에게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기에 카메라에 담을 수 없던 많은 것들을 아쉬워했다. 이 이야기는 일부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 직선은 강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 이갑철, 성남훈, 이상엽, 한금선, 노순택, 최항영, 강제욱, 김흥구, 조우혜, 최형락
* 제13회 서울독립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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