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2일 아이티를 강타한 대지진은 극심한 빈부격차 속에서 허덕이던 아이티인들의 삶을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밀어 넣었다.
아이티는 세상이 힘의 논리에 의해 돌아간다는 걸 새삼 확인시켜주는 나라다.
힘센 자와 가진 자는 약한 자와 못 가진 자가 있음으로 해서 존재하지만 그 사실은 종종 은폐되고 잊혀진다. 아이티는 그렇게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국제기구가 지진 피해 지역에 공중 투하 방식으로 구호 식량을 뿌리면 총칼을 든 갱단이 몰려와 식량을 독차지해 간다. 무정부 상태이기 때문에 강한 자만 살아남는 것이다.
아이티에서 힘의 논리는 긴 세월 동안 여러 차원에서 작동되어 왔다. 미국과의 관계, 국내 지배 세력과 대다수 빈민의 관계, 기득권층과 개혁 세력의 관계에서 노골적으로, 그리고 중첩적으로 적용됐다.
지진이 발생했다고 해서 특별히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지진은 그 진실을 확대해서 또렷이 보여주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지진 발생 닷새 후인 17일부터 21일까지 그 극단의 현장 곳곳의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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