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은평뉴타운을 분양하면서 실제 택지조성가(실제 토지원가)보다 최고 40% 높게 토지원가를 산정하고 여기에다가 별도 이윤을 더 붙여 일반에게 분양하려고 했다고 <경향신문>이 25일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은평뉴타운 개발을 주관하고 있는 서울시 산하 SH공사(구 도시개발공사)의 내부자료인 '은평뉴타운 택지조성 원가 추정치'를 바탕으로 이 신문이 자체적으로 택지조성가를 계산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택지조성가와 서울시가 공개했던 토지원가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서울시 발표 토지원가가 실제 조성가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주변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은평뉴타운 사례는 감정가를 기준으로 토지원가를 산정했을 때 개발사업자에게 상당한 이익이 돌아가고, 그 이익만큼 분양가가 높아져 최초 입주계약자들이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평뉴타운 실제 토지원가는 평당 605만 원
서울시는 지난 9월 말 은평뉴타운에 일반분양할 아파트 중 1차분 2066가구에 대한 분양 공고를 내려고 했지만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분양을 취소하고 공정을 80% 완료 후 후분양 하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당초 서울시가 책정한 분양가는 평당 1151만~1523만 원으로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분양가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3.30 대책 발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아파트 시세를 재폭등시키는 도화선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이 이날 단독 보도한 내용은 바로 당시 서울시가 책정했던 분양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실제 토지원가를 따져본 것이다.
그 결과 실제 토지원가를 의미하는 토지조성가는 시가 발표한 평당 토지원가 보다 최소 31만 원(34평 형 기준)에서 최대 240여만 원(65평 형 기준) 낮은 평당 605만 원이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가 은평뉴타운 분양을 통해 얻게 될 이익은 5%(680억 원)의 공식 이윤 외에 약 1590억 원의 별도 시세차익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해명 "전체 사업 수지균형 맞추기 위해"
이처럼 실제 토지조성가와 서울시가 발표한 토지원가 사이에서 상당한 차액이 발생하는 것은 서울시가 토지원가를 주변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를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전면수용방식의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조성된 토지는 그 용도에 따라 '조성원가 이하', '조성원가', '감정가격', '입찰가격' 등으로 가격을 차등화해 공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어 "공영개발방식으로 조성된 토지공급가격은 공공성이 강한 토지는 조성원가 또는 이하로, 경제적·상업성이 강한 토지는 조성원가 이상(즉, 감정가격)으로 공급함으로써 전체적인 사업수지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경제적·상업성이 있는 은평뉴타운은 조성원가 보다 높은 가격인 감정가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했고, 그 이유는 경제적·상업성이 비교적 낮은, 공공성이 강한 토지에서 이뤄지는 사업에서 발생하는 비용 손실분을 충당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서울시의 해명이다.
감정가를 기준으로 택지원가를 산정하도록 한 1.11대책
한편 은평뉴타운의 토지원가 산정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정부가 지난 11일에 발표된 부동산 대책(1.11 대책)에 나오는 분양원가 공개 방안을 다시금 돌이켜 보게 한다. 1.11 대책에 따르면, 민간택지 민간아파트의 토지원가는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토지원가가 산정될 경우 민간 건설사들이 경제적·상업성이 없는 곳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평뉴타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개발 사업자인 건설사들은 토지 부문에서만 막대한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게 된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토지 매입원가를 정확하게 추산하기 어렵고, 매입원가를 기준으로 토지원가를 산정하게 되면 그 정확성을 둘러싼 수많은 분쟁이 일 소지가 있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감정가를 기준으로 토지원가를 산정하게 했다"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는 "1.11 대책이 겉으로는 분양가 규제가 강력한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건설사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감정가를 토지원가의 산정 기준으로 한 대목을 주요한 예로 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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