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가 상호 비방 중단과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공개서한을 보낸 것과 관련해 정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정부는 상호 비방·중상을 중단하자는 북한의 제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향후 관계 개선을 위한 여지를 남겨뒀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24일 오후 브리핑을 갖고 “북한은 ‘중대제안’이 위장평화공세가 아니라고 하고 있고 정부는 이 말이 진심이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갖는 것은 과거 평화공세 이후 북한이 도발한 수많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북한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했지만 그해 3월 북한이 먼저 정전협정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던 사례를 지적하며 말보다는 실제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자는 것과 관련해 김 대변인은 “불과 4년 전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우리 장병 46명이 생명을 잃었고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이 희생을 당했다”면서 “이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덮어두고 가자고 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북한은 지금도 서해지역에 수많은 해안포와 방사포, 공격헬기 그리고 잠수정 등 침투장비와 무기를 배치하고 이를 이용한 훈련과 포격 도발 위협을 지속하고 있고 최근 비행장 등을 목표로 한 특수전 부대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방어적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우리의 연례적 군사연습을 비난하고,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도 김 대변인은 “비핵화를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최근까지 서울과 워싱턴을 최후의 무덤으로 만들겠다는 핵공격 위협을 지속해 왔다”며 “북한이 핵을 미국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민족공동의 보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비난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상호 비방·중상을 전면 중단하자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변인은 북한이 중대제안 이후에도 남한 대통령의 실명을 비난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그 누구도 북한의 제안에 진정성이 있다고 믿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비방·중상 중단 약속이 남남갈등 유발을 위한 또 다른 심리전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한, 이산가족 상봉 재개로 진정성 보여야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치·군사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인도적인 문제의 해결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며, 특히 이미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재개에 북한이 전제조건 없이 즉각 호응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이 보여야 할 행동이 이산가족 상봉 재개임을 암시한 대목이다.
북한이 취해야 할 행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특정하게 한두 가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자신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들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라며 “이산가족 상봉부터 비방·중상 중단까지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하는 것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21일 열린 ‘통일 IT포럼’ 강연에서 북한의 중대 제안에 대해 “무산된 지점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이산가족 상봉 재개가 남북관계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에 호응하는 것이 관계 개선의 관건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정부가 북한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행동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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