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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수도 검침원 100점 만점 평가해 해고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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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수도 검침원 100점 만점 평가해 해고 지시"

노조 "용역 업체는 하수인"…서울시 "용역 업체에 참고 자료 준 것"

서울시가 수도 계량기 용역 검침원·교체원에 대해 업무 능력 평가를 세밀하게 진행하고, 일부 노동자들을 선별해 용역 업체에 '조치'를 요구한 실제 사례가 확인됐다.


서울시의 이러한 요구 이후, 용역 업체는 해당 노동자들을 전원 징계 또는 해고해, 용역 노동자들에 대한 인사권을 불법적으로 행사해 오고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 관련 판례와 고용노동부 '근로자 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을 종합하면, 하청 노동자에 대한 노무 지휘 권한과 인사 권한이 원청에 있을 경우, '불법 파견' 또는 '위장 도급'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업무에 지장 준다"며 용역 노동자 6명 조치 요구


17일 <프레시안>이 입수한 서울시 상수도관리본부 산하 중부수도사업소의 '검침업무 미준수 직원에 대한 통보' 공문을 보면, 사업소는 지난해 6월 용역 검침원 6명이 "업무에 지장을 준다"며 "조치 후 통보 바란다"고 용역 업체에 통보했다.

검침원 이모 씨, 김모 씨, 박모 씨, 손모 씨, 김모 씨, 하모 씨 등 6명이 계량기 지침이 가리키는 숫자와 다른 숫자를 PDA에 입력해 민원을 야기하거나, 동파로 철거된 계량기 또는 잘못 설치된 계량기를 사업소에 보고하지 않는 등 "업무 능력이 떨어져 사업소 세입 증대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통보였다.


해당 공문이 업체에 전달된 시점은, 업체와 노동자들 간 근로 계약이 만료되고 재계약을 맺기 한 달 전이었다. 이처럼 상당히 '민감'한 시기에 공문이 발송되고 4일 후, 업체는 인사위원회를 개최, 서울시가 꼽은 6명 중 3명에 경고를 하고 3명과 근로 계약 종료를 결정했다.

당시 계약 만료된 이모 씨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계량기 숫자를 잘못 입력한 것은 단순한 PDA 입력 실수였다"며 "잘못된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잡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공무원들한테 밉보여 해고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현재 고용노동부에 부당해고 등 구제 신청을 하고 절차를 밟는 중이다.

한편, 중부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원활한 용역 업무 수행을 위해 업체에 '참고'하란 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며 "사업소 차원의 업무 평가가 용역 검침원들의 해고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왼쪽은 서울시 상수도관리본부 산하 중부수도사업소장이 지난해 6월 용역업체에 보낸 '상반기 수도검침 종사원 업무 평가 실시' 공문. 오른쪽은 2013년 상반기 검침 종사원 종합 평가표. 하단에 평가자 명단이 있다. 위원장소장, 요금과장, 행정지원과장, 현장민원과장 등 원청 직원(공무원) 4명과 검침 용역 부장, 검침 용역 팀장 등 하청 관리자 2명 순서다. ⓒ프레시안

100점 만점으로 용역 노동자 개별 평가서 작성


사업소 측의 이와 같은 해명에도, 서울시가 검침원들의 해고와 징계 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근거와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일례로 2009년 상수도사업본부가 작성한 '검침 종사원 교육 교재'를 보면, 본부는 '수탁 업체(용역 업체) 종사원 해고 및 징계 기준'을 18개로 분류해 상세히 세워 놓았다.

5인 이상의 집단 민원을 야기하거나 불친절한 업무 수행으로 민원이 발생하면 해고 또는 감봉할 수 있으며, '평가' 결과 부적격자로 인정되면 마찬가지의 인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평가'는 서울시 산하 8개 수도사업소가 상반기·하반기에 각각 진행하는 용역 노동자 '업무 평가'를 말한다. 사업소장을 포함한 원청 직원(공무원) 4~5명, 용역 업체 관리자 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주관하는 평가 회의다. (관련 기사 : 서울시 수도 검침·계량기 교체원 400명 "불법 파견")

실제 중부수도사업소 요금과는 지난해 6월 용역 검침원 40명에 대해서 원청 4명, 하청 2명이 공동으로 업무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후 작성된 '평가 결과 보고'란 문서를 보면, 6명 평가위원은 각 노동자의 업무 능력과 민원 처리 능력을100점 만점으로 점수 매겨 이를 평균 낸 후, 다시 A·B·C 세 등급으로 노동자들을 분류했다.


이에 대해 사업소 관계자는 "100점 만점의 평가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서울시 상수도관리본부가 설계한 과업지시서 등을 따른 것뿐"이라며 "(서울시가) 하라는 걸 놓치면 업무 태만이 되니 (용역 노동자에 대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가 결과를 용역 업체에 '지침' 차원으로 내려보낸 것은 아니"라고도 해명했다.


그러나 용역 업체와 노동자들의 설명은 다소 다르다. 업체 ㄱ 대표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평가위원회가 열리면 업체가 챙겨줄 수 있는 점수만 줄 뿐, 회의 개최와 평가 항목 선정 등 구체적인 결정 권한은 업체가 아닌 수도사업소에 있다"고 말했다. '평가위에 용역 업체 참가 비중을 키워달라고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해고자 이 씨 역시 "C등급을 받는 노동자가 많으면 업체가 다음번 용역 계약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평가위 결과를 용역 업체가 참고만 하고 해고나 징계로 연결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는 검침원들이 누가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서비스지부 김세현 조직차장은 "이번에 확인된 사례들로 용역 업체는 업무 및 노무 관리에 있어 서울시 '하수인'에 불과했단 점이 드러났다"며 "따라서 검침원들의 실제 사용자인 서울시가 해당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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