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OECD 회원국 중 전기 요금 최저? 새빨간 거짓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OECD 회원국 중 전기 요금 최저? 새빨간 거짓말

[정책쟁점 일문일답] 문제의 핵심은 산업용 전기 과소비하는 대기업

1. 정부가 지난 19일 전기 요금 인상안을 발표하고 21일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부터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21일부터 전기 요금이 평균 5.4% 오릅니다. 용도별로 보면 산업용이 6.4% 오르고, 주택용이 2.7%, 일반용(빌딩과 상업 시설용)이 5.8% 각각 인상됩니다. 또 농사용은 3.0%, 심야 전력은 5.4% 오릅니다. 정부는 지난 1월 전기료를 4% 인상한 이후 10개월 만에 다시 인상했는데요. 지난 2년 3개월 동안 전기료가 5차례나 올라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여당과 정부가 개편을 시도했던 주택용 누진제는 여론을 더 수렴한 이후 단계적으로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2. 정부가 발표한 전기 요금 인상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전기 요금 인상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한전의 손실 때문인데요.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습니다. 첫째, 지난해 한전의 당기순손실은 3조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증권가에서는 올해 그것이 5000억 원으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유가도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여론 수렴도 없이 덜컥 전기 요금 인상안을 발표했습니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최근 한전의 행태를 보면 자구 노력을 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셋째, 한전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지난해 7300만 원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평균 연봉 3010만 원의 2.4배에 달합니다.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서민들의 전기료를 인상하여 '신의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배를 불려야 하는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우리나라 전기 요금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싸다며 전기 요금 인상론을 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정부 관료들과 한전 임직원들, 그리고 그 주변의 관변 학자들이 반복적으로 그와 같은 주장을 하며 전기 요금 인상론을 펴고 있는데요. 그러나 국가 간 공공요금을 비교할 때는 항상 1인당 GDP 격차를 고려해야 합니다. 국가 간의 공공요금을 비교하면서 단순 비교를 시도하는 것은 전혀 전문가답지 못합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DP 대비 주택용 1MWh 전기 요금 비율은 회원국 31개국 중에서 일곱 번째로 낮았습니다(표-1 참조). 또 지난해 우리나라 GDP 대비 총조세부담액 비율(=조세부담률)은 회원국 34개국 중에서 네 번째로 낮았습니다. 조세부담률이 OECD 회원국 중에서 네 번째로 낮은 나라에서 전기 요금 수준이 일곱 번째로 낮은 것을 두고, 유난히 전기 요금에 대해서만 목에 핏대를 세우며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산업용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정부가 OECD에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서 OECD 자료만으로는 국제 비교 불가.)

ⓒOECD/IEA와 IMF 자료를 토대로 작성.

4. 국가 간의 공공요금을 비교할 때 왜 1인당 GDP 격차를 고려해야 하나요?
⇨ 유가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A국과 B국의 1인당 GDP가 각각 1000달러, 1만 달러인데 두 나라의 휘발유 1리터 가격이 1달러로 동일하다면 양국의 국민들이 느끼는 유가 부담도 동일한 것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C국과 D국의 1인당 GDP가 각각 1만 달러, 2만 달러인데 동일한 품질의 30평 아파트 가격이 40만 달러라면 양국의 국민들이 느끼는 주택 가격 부담이 동일한 것일까요? 역시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요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 간의 공공요금을 비교하면서 1인당 GDP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비교를 시도하는 것은 전혀 전문가답지 못한 겁니다.

5. 전기 요금이 싸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쓴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 어떻게 봅니까?
⇨ 전기 요금이 싸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쓴다는 주장은 산업용에는 맞지만 가정용에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OECD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력 소비량은 국민 1인당 4617㎾h로, OECD 평균(2445㎾h)의 두 배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1240㎾h로 OECD 평균(2448㎾h)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중앙일보>가 OECD의 이 자료에 대해 흥미로운 기사를 썼던데요. 이 신문의 8월 22일자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오래전부터 요금이 너무 싼 산업용 전기가 있었고, 강력한 누진제를 가진 주택용 전기가 있었다. 그리고 정부의 상반된 정책의 결과 주택용 소비는 위축됐고, 국내 산업은 전기를 많이 쓰는 전력 다소비 구조로 고착됐다.' 옳은 지적입니다. 우리나라의 전기 과소비 주범은 기업들입니다. 반면 일반 가정들은 선진국들에 비해 전기를 절반만 쓰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저는 이것이 강력한 주택용 누진제의 영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6. 일부 사람들은 주택용 누진제를 완화해야 절전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 옳은 것인가요?
⇨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궤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이 '현행 누진제에서 상위 구간 요금을 그대로 두고 하위 구간 요금을 일부 높여서 누진제를 완화하고 절전을 하자'라는 것이라면 일부 동의할 수 있습니다. 소수지만 하위 구간에 있는 사람들이 겨울철에 전기 난방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주택용 누진제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상위 구간 요금을 낮추고 하위 구간 요금을 높여서 절전을 하자'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절전과 '요금 폭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우깁니다. 황당한 궤변입니다. 상위 구간 요금을 낮출 경우 절전이 되기는커녕 고소득층 전기 소비가 크게 늘게 됩니다.

7. 누진제 완화론자들은 우리나라 중산층도 충분한 전기 복지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그러니까 그들의 주장이 궤변이라는 겁니다. 그들이 만약 '누진제를 완화하여 상위 구간 요금을 낮추면 절전에는 역행하지만 중산층 전기 복지에는 기여한다'고 주장했다면 논리적 일관성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렇게 주장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절전에도 기여하고 '요금 폭탄' 해소에도 기여한다는 식으로 억지를 부립니다. 명백한 궤변입니다.

8.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선진국들은 어떻습니까?
⇨ 대다수 선진국들의 산업용 전기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이면서 동시에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인 25개 국가들을 조사해 보면 지난 10년간 1인당 산업용 전기 소비량이 줄어든 나라가 20개국, 늘어난 나라가 5개국이었습니다. 반면 이 기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소비량은 44.8%나 증가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는데요. 이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과소비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9. 이렇게 산업용 전기 소비가 크게 늘고 있는 주요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산업용 전기 과소비를 부르고 있습니다. 최근의 산업용 전기 과소비는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특히 우리나라 대기업의 주력인 IT 제조업의 경우 전기 소비가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이 중요한데요. 황당한 것은 정부가 이들 대기업에 전기료를 할증하기는커녕 거꾸로 할인을 해주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 제조업체들은 전기료 납부 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런 엉터리 정책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최근 한전 자료를 분석하여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100대 대기업이 할인받은 금액이 무려 9조4334억 원에 달했습니다.

10. 산업용 전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어느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나요?
⇨ 한국전력 통계를 보면 2005년 이후 지난 7년간 총발전량이 36% 증가할 때 판매량은 40% 증가했는데요. 용도별로 보면 이 기간 주택용 전기 소비가 26% 증가한 반면, 산업용 전기 소비는 48%나 증가했습니다. 즉 지난 7년간 총발전량이 36% 증가할 때 산업용 전기 소비가 48%나 증가해서 산업용이 전력 대란의 주요 요인이 된 겁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