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날 오전 KT 서초 사옥과 계열사, 관계사, 임원 주거지 등 1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이 중 한 곳은 지난번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던 곳이고 나머지 12곳은 처음으로 실시하는 곳이다. 이를 통해 사옥 매각 및 계열사 주식 매입·인수 과정 관련 자료, 회계장부, 보고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10월 22일과 31일에도 KT 광화문 사옥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이 회장의 혐의는 KT 사옥 39곳을 헐값에 매각하고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과 사이버MBA, 스마트애드몰 사업 등과 관련해 회사에 커다란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KT OIC 건과 관련해서는 이 회장이 친척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에게 특혜를 줬다는 논란도 일었다. 이와 함께 비자금 조성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일부 임직원에게 급여를 과다 지급한 후 그 일부를 돌려받는 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3번째 압수수색에 앞서, 이달 초 이 회장의 측근을 포함한 KT 임직원 10여 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 회장을 소환할 전망이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에 대한 검토와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한 후일 것으로 보인다.
▲ KT 이석채 회장. ⓒ연합뉴스 |
검찰·미래부에 더해 소액 주주와 사망자 유족도 이석채 압박
이 회장은 배임 및 횡령 혐의뿐만 아니라 노동 탄압 논란으로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MB맨으로 거론되는 이 회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퇴진 압력이 거세다는 이야기는 올해 초부터 계속 나왔다. 버티던 이 회장은 검찰의 두 번째 압수수색이 이뤄진 후인 이달 3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 표명 후에도 이 회장에 대한 압박은 거세다. 또다시 압수수색을 실시한 검찰만이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이 회장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1일, 무궁화 위성 불법 매각 논란과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이 회장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KT 전직 직원 등으로 이뤄진 35명의 소액 주주는 8일 이 회장 등 3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 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KT가 2002년 민영화 이후 "불법 영업으로 인해 감독 기관으로부터 118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CP(부진 인력) 퇴출 프로그램으로 노동 인권을 탄압해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나머지 2명의 피고는 민영화 이후 KT CEO로서 이 회장의 전임자들인 이용경·남중수 전 사장이다.
이들은 KT 소유 부동산과 인공위성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해서도 이 회장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을 KT에 청구한 상태다. KT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이 회장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추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KT에서 일하던 중 세상을 떠난 노동자 3명의 유족 7명도 이 회장과 KT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KT의 불법적인 구조조정과 비인간적인 노동 강도 때문에 노동자들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사망했다는 주장이다. (관련 기사 : "매년 수십 명 죽는 KT, 이대로 가면 더 많이 죽는다")
이처럼 사면초가 상태인 이 회장은 12일에 열리는 이사회에 사표를 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KT 새노조는 11일 'KT 이사들께 드리는 공개서한'을 통해 차기 CEO 선출 및 KT의 미래와 관련한 세 가지 제안을 했다.
그 세 가지는 ▲ 각계각층의 존경 받는 인사들로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을 선출할 것 ▲ 내부를 화합하게 하고 특히 심각한 노동 인권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갖춘 CEO를 선출할 것 ▲ 주주 가치 일변도의 고배당 경영이 아니라 통신 전문 국민 기업으로서 KT의 정체성을 세워갈 것이다. 이 회장의 퇴진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정권의 뜻에만 충실한 '낙하산'이 그 후임자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다. (관련 기사 : '206개 우주' 사라진 KT…문제는 이석채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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