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 될 것, 특히 부동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는 덕담 수준의 신년사 외에 노 대통령이 특별한 신년 행사를 갖지 않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지난 달 28일 정책기획위원회 오찬 행사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발언을 2일 뒤늦게 정리해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스스로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위대한 것"이라며 자신의 민주주의론을 설파하는 한편 "나더러 말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합당한 요구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 폐지를 언급하면서 "지금 정치는 많은 견제와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비전은 전 국민이 지배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소비자 주권의 시대"라고 "2050년 쯤이면 소비자가 주권자가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여정부에서 민주주의의 일대 진전"
이 연설에서 대통령은 추상적 언어와 가치들을 나열해 가며 자신의 소신을 설파했다. 노 대통령은 "제왕의 권력이 사람들에게 나눠지는 것이 역사의 진보"라며 "저는 제왕으로 태어나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된 걸 보니까 역사가 확실히 진보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87년 6월항쟁으로 이룩한 민주주의는 역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한 후 "특권과 반칙, 특권과 유착 구조가 가장 확실하게 해체된 것은 언제냐? 참여정부에서 마무리 된 것이다"고 자찬했다.
노 대통령은 "투명성이 (참여정부에서) 엄청나게 향상돼 가고 있음을 여러분이 다 아실 것"이라며 "저는 특권과 유착의 구조를 해체하는 역사적 과제로 생각했고, 민주주의의 일대 진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새로운 정부들이 가지고 있던 기득권들, 소위 권위주의와 지역주의라는 정치적 기득권 역시 해체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보고 말 줄이라 하지 마라. 나는 온 몸으로 소통 중"
노 대통령은 "'상생경영'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세계 경영학자들이 가장 기본적인 가치, 가장 좋은 자산이 무엇인지 논의해서 신뢰, 원칙, 단결, 개방이라는 사회적 자본의 개념을 세웠다"며 "이는 우리 참여정부의 원리와 똑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저는 단결을 대화와 타협으로 생각하는데 참 어렵다"며 "대화 이전의 문제인 소통이 참 어렵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제왕은 말이 필요 없지만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 정치를 한다"며 "클린턴도 그렇고 블레어도 그렇고 말 속에서 정치가 이뤄지는데 나더러 말을 줄이라는 것은 합당한 요구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노 대통령은 "환경이 이렇다 보니 부득이 저도 온 몸으로 소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이제까지는 참았지만 이제 할 말은 할 것"이라는 지난 26일 국무회의 석상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2050년이면 소비자주권 시대 열리고 국민소득도 6만 불 된다"
한편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서는 근대·탈근대 담론이 혼재돼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가장 존중할 만한 사상이 있다면 계몽주의에서 비롯된 민주주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고 근대성에 무게를 두는 한편 "개인이 완전하게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지배의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개인들이 그 매커니즘을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근대적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탈근대적 개인상을 그렸다.
노 대통령은 "아직도 권력은 돈과 정보를 가진 사람, 지식인들과 경제계, 특히 제도적으로 언론, 그 다음에 정부 권력, 여기에 다 있지 않냐"고 특권집단을 규정했다. 대통령이 규정한 특권집단 가운데서 정부 권력은 가장 후순위다.
노 대통령은 "시민들이 정치를 정치인 수준으로 전략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때, 미래를 역사가들의 철학적 통찰력 수준으로 통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소비자 권력이 성립되는 것"이라고 정당이나 언론을 경로로 삼지 않는 개인의 직접적 각성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역량을 잘 집중하면 2050년 쯤이면 소비자가 주권자가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고 한국은 그때가 되면 약 6만 불 이상의 소득 국가가 되고, 세계에서 몇 위 가는 강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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